[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주가폭락에… ELS 4021억 원금손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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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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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인 권모 씨(60)는 최근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로부터 “가입하신 파생결합증권이 하방 배리어를 터치했습니다. 영업점으로 문의해 주세요”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동안 은퇴자금으로 수익률이 좋으면서도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놓은 권 씨는 암호 같은 문자를 보고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증권사에 확인한 결과 “아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손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

주가가 2일 이후 9일까지 6거래일 동안 17% 넘게 떨어지면서 ELS 등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잇달아 원금손실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은 조건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마다 조기상환되는 상품이 많아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해당 상품의 전체 규모가 얼마인지 현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 발행 국내 1위인 대우증권은 1∼8일 원금 비보장형 ELS 11종이 기준가 대비 원금손실 구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들어갔다고 공지했다. LG디스플레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6개, LG전자가 3개, 한진해운이 2개였다. 발행 규모 2위인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ELS 9종이 같은 구간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모두 정보기술(IT)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의 여파로 개별 종목들도 대거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도 원금손실 구간에 점점 더 많이 끌려들어가고 있다. 이 상품들은 당장 원금손실을 보지는 않지만 만기 때도 이 구간에 남아 있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7월 발행된 ELS 가운데 원금보장형은 5644억 원, 비보장형은 2조5750억 원으로 원금 비보장 상품이 80%에 이른다”며 “최근 코스피와 항셍지수 또는 코스피와 S&P 등 국내와 해외 주가지수를 연계한 지수형 상품이 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개별 종목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날 기준 원금손실 위기에 놓인 ELS가 4021억 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8년 11월 초에는 원금손실 위기인 ELS 규모가 3조9000억 원에 이르렀고 실제 이 상태로 만기가 된 상품이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다.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가 소리 없이 웃음 짓는 투자자들도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하락장 때 수익률을 내는 인버스ETF 등이 대표적이다. 인버스ETF는 코스피 수익률과 거꾸로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다. 대표적으로 타이거인버스는 9일 현재 9395원으로 1일 대비 20.9%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코덱스인버스는 20.6%, KOSEF인버스는 20.7%이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금에 투자하는 ETF 상품의 수익률도 높아졌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높은 값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에 투자한 사람들은 로또 당첨에 맞먹는 고수익을 올렸다. 행사가 250인 코스피200풋옵션 8월물은 9일 18.10(181만 원)으로 끝나 1일 종가(3000원) 대비 602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모두가 지수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풋옵션 가격이 비싸졌다”며 “추격매수는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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