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유 파동 우려… 3년전 사태 재현되나

  • Array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우유가격 인상 이래도 되는거乳?

원유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군데군데 비어 있는 우유 매대에서 손님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업계는 3일 하루 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원유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군데군데 비어 있는 우유 매대에서 손님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업계는 3일 하루 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유 수급이 연일 난리다. 낙농업계는 “정부와 우유업계가 원유(原乳) 값을 3년째 올려주지 않아 빚더미에 앉았다”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다 급기야 3일 하루 동안 원유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유업체들은 “낙농업계가 요구하는 정도의 인상은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다 원유 공급 중단이 현실화되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그래도 공급 부족으로 오후가 되면 텅 비었던 마트의 우유 매대는 2일 더욱 썰렁해진 모습이었다.

○ 2011년 우유 분쟁, 2008년의 재현?

원유 값 인상을 둘러싼 낙농업계와 우유업계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우유 값이 올랐던 2008년에도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당시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금과 전개 양상이 판박이임을 알 수 있다.

낙농업계는 당시 “생산비가 올라 못살겠다. 4년째 동결된 원유 값을 올려 달라”며 여의도로 올라와 집단 시위를 벌였다. 낙농업계는 원유 값을 25.7% 올려달라고 주장했는데 우유업계는 “그것은 무리”라며 협상 말미에 최대 17.1%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낙농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유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버텼다. 결국 두 달 넘는 분쟁 끝에 원유 값은 20.5%(L당 120원) 인상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 시기 우유의 소비자가격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한국물가협회가 조사한 당시 1L 흰 우유 한 팩의 소비자가격 자료를 보면 원유 값보다 소비자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원유 값 인상 협상이 시작된 2008년 6월 우유 값은 1750원이었다. 그런데 협상이 한창이던 7월 9일 우유 값이 슬그머니 1850원으로 올랐다. 7월 21일 협상이 끝났고 두 달 뒤인 9월 우유업계는 우유 값을 2200원으로 올렸다. 원유 값은 불과 120원이 올랐는데 우유 값은 협상 전에 비해서는 450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후 일부 소매점에서는 우유 값이 255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유업계가 원유 값 인상을 핑계로 값을 너무 올렸다’는 원성이 줄을 이었다. 우유업계는 “포장비와 물류비가 올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언론에서는 ‘우유 끊는 서민들’과 같은 제목의 보도가 계속됐다. 정부도 뒤늦게 “지나친 우유 값 인상을 자제하라”며 물가 단속에 나섰다. 결국 우유 값은 10월 15일 2150원대로 떨어졌다. 우유 값은 몇 번의 등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까지 21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우유 값 2500원 육박할 듯

올해 원유 값 인상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2008년 협상 때처럼 100원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173원을 올려 달라는 낙농업계의 주장에 대해 우유업계가 41원 인상을 고집하다 현재 81원까지 양보한 상태”라며 “3일 원유 공급 중단 뒤 열릴 5일 협상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올해는 ‘물가 잡기’가 범정부 차원의 과제인 만큼 우유업계가 원유 값 인상을 계기로 소비자가격을 무턱대고 올릴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2008년 당시 우유 값이 결국 400원 오르는 선에서 안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이 끝난 뒤 현재 2150원인 우유의 소비자가격이 최소한 2500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 소비자가격은 대형마트가 결정하는 것이니만큼 우유업계뿐 아니라 대형마트들도 마진을 줄여야 소비자가격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농가들의 원유 납품 거부 투쟁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농림수산식품부는 낙농가들의 모임인 낙농육우협회와 긴급 협상에 나섰으나 결렬됐다. 농식품부는 우유업체들이 원유가 인상폭을 기존 L당 41원에서 81원까지로 양보한 만큼 낙농가들도 한발 물러서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낙농가들은 당초 173원 인상안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