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회장 “은행은 덩치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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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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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대비 수신액-점포 늘리기 박차

강만수 산업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업금융지주 회장
초대형 은행(메가뱅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강만수 산업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은행의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도입 구상을 보류하는 대신 당분간 자체 성장에 초점을 두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 등을 포함한 수신 목표액을 종전 3조5000억 원에서 4조5000억 원으로 1조 원 늘리기로 했다. 대외적으로 공표한 목표치를 조정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수신 규모 확충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최근 올해 수신 목표액을 조기 달성함에 따라 강 회장이 목표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강 회장은 지난주 수신액 3조5000억 원 돌파 축하행사에서 “이왕이면 수신 규모를 ‘더블’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2조2000억 원)의 2배 수준으로 늘릴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산은은 지난해 말 49개였던 점포 수를 올해 상반기 57개로 늘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20개의 점포를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 점포를 10∼20개 더 늘리고 상위 1%에 속하는 ‘부자 고객’을 집중 공략하면 수신액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은은 신규 고객 확보와 함께 기존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7, 8월에 만기 도래하는 예금 6000억 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전체 수신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금융당국은 민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6월 말 기준 810조 원에 이른다. 올 들어 6개월 만에 24조 원이나 늘었다. 민간에 비해 수신기반이 취약한 산은이 지금 상태에서 민영화하면 운용할 자금이 크게 부족해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반면 금융계 일각에선 산은이 규모 확대에 주력해 은행 간 외형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은행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순이자마진은 산은이 3월 말 기준 1.59%로 국민(2.77%) 우리(2.22%) 하나(2.21%) 신한은행(2.13%) 등에 비해 크게 낮다. 시중은행의 한 수신담당자는 “산은이 수익성을 높이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예대마진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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