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로봇이 더 날씬하고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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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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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로봇시대 온다” 美-日등 로봇 투자 늘려…
“IT 이은 신성장동력” 국내도 작년 75% 급성장

지난달 24일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멜런대의 로봇공학센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불씨를 댕겨야 한다”며 ‘국가 로봇공학 계획(NRI)’안을 내놓았다. 과학재단(NSF)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보건원(NIH) 등이 참여하는 NRI 프로젝트에는 연 7000만 달러의 자금이 투입된다.

작년 7월 국내 로봇제조업체인 다사로봇을 인수해 동부로봇으로 회사명을 바꾼 동부그룹은 올 1월에는 일본의 로봇업체인 에이텍을 인수했다. 충남 천안산업단지에 1만1570m²(약 35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로봇을 만들고 있는 이 회사는 2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들이 미래 신성장동력을 로봇산업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리스크가 크고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한 금융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 역시 정보기술(IT)산업에 이어 미래의 먹을거리를 로봇산업에서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로봇산업은 ‘선진형 제조업’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국내 로봇산업이 전년도에 비해 약 75% 성장했다”고 19일 밝혔다. 로봇 관련 제품의 수출액도 2289억 원으로 2009년보다 137%가량 늘었다. 정부는 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2018년까지 최대 1000억 달러(약 106조 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동부그룹뿐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울산공장에서 연간 40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자사의 선박 제작용으로만 쓰던 로봇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중견 로봇 제조업체인 로보스타와 싸이맥스 등은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정치적 명운(命運)을 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성장의 발판으로 로봇산업을 꼽았다. 미국 정부는 ‘선진제조업 파트너십(AMP)’ 프로그램에 5억 달러를 투자해 인간친화형 로봇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로봇강국을 자부하던 일본은 올 3월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 미국 아이로봇사의 전문로봇을 투입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난 뒤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고 있다.

박정성 지경부 로봇산업과장은 “로봇산업은 연구개발(R&D)과 생산 부문에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로봇산업 종사자도 2009년보다 80% 증가한 9130여 명”이라고 설명했다.

○ ‘산업생태계’ 조성해야

전문가들은 컴퓨터가 ‘1인 1PC’의 시대를 열었듯 로봇산업도 ‘1인 1로봇’의 발전 경로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과 산업현장에서 쓰던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사무실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PC)를 거쳐 개인용 모바일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로봇산업 역시 산업현장의 제조용 로봇이 의료 국방 등을 담당하는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발전한 뒤 장기적으로는 개개인이 로봇을 소유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특히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들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개인서비스용 로봇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로봇은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할 뿐이다. 감시를 하거나, 용접을 하거나 청소하는 로봇이 각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하나의 로봇이 다양한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따라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표준이 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표준규격이나 프로그램을 선점하는 게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IT기술과 로봇산업을 연결하는 융·복합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주도의 수요 창출 필요

정부도 로봇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세계 3대 로봇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 속에서 국내 로봇 생산 규모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을 맴돌고 있다. 로봇생태계의 한 축인 로봇부품의 상당수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관련 기업의 60%가 10억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등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본부장은 “한국의 로봇 원천기술은 미국 일본 등에 2.5∼3.5년의 격차가 난다”고 말했다.

이치호 수석연구원은 “좁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방 분야에 필요한 전문로봇 수요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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