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發 전세난 도미노, 첫 말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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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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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전세시장 다시 요동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전세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학군 수요에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교육특구’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 일대 전세금이 치솟고 있다. 전세금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울에서는 최근 1년 새 전세금이 매매가의 60%를 웃도는 아파트가 5배 가까이 늘었고,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의 전세보증금마저 최고 50% 이상 치솟고 있다.

○ 1700채 대단지 이주 시작…전세시장 들썩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치동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청실아파트 1378채와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우성2차 아파트 354채가 각각 6일과 7일 이주공고를 내고 입주자 이주에 들어갔다. 1700여 채 대단지가 한꺼번에 이주에 나서면서 일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현대 85m²는 최근 한 달 새 전세금이 3억1500만 원에서 3억3500만 원으로 2000만 원 뛰었고, 선경2차 150m²도 7억7500만 원으로 2000만 원 올랐다.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금을 5000만 원 올려 받아도 거래가 된다”며 “자녀교육 때문에 전세로 사는 사람이 많아 평수를 줄여서라도 이 지역에 있으려고 해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1억 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2차는 10월, 청실아파트는 12월까지 이주를 마쳐야 해 인근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서초, 송파구 등으로 옮겨가면 대치동발(發) 전세난은 강남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308채)를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5·6차, 반포우성 등의 재건축단지도 이주를 준비하고 있어 하반기 강남발 전세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세 대체, 오피스텔 인허가 급증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3일 서울에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60% 이상인 아파트 가구 수는 9만7007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636채)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을 포함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는 51만4593채로 작년(16만3413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약세를 이어간 반면 전세금은 꾸준히 오른 탓이다. 지난해 7월 초에 비해 현재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0.87% 떨어졌지만 전세금은 10.5% 급등했다. 서울도 매매가격이 0.93% 하락하는 동안 전세금은 10.5% 올랐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도 계약해지 등으로 재공급된 가구의 전세보증금이 20∼60% 올랐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강서구 염창동 보람더하임 84m²는 2008년 초 1억2666만 원이던 전세보증금이 지난달 1억9950만 원으로 58% 뛰었다. 강서구 방화동 마곡푸르지오 시프트도 2년 새 40% 이상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가격까지 올라 서민들의 전셋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오피스텔, 고시원 같은 준주택이 전세금 오름세를 주도하는 소형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주목 받으면서 건축허가가 급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상반기에 준주택 허가물량은 175만 m²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만 m²)보다 70%가량 늘었다. 특히 오피스텔은 101만 m²가 허가 받아 작년 전체 물량(109만 m²)에 육박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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