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치킨… 피자… 토종 브랜드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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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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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씨(52)는 퇴직 후 커피 프랜차이즈점을 내려고 한다. 요즘 박 씨는 토종 커피전문점인 할리스와 카페베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사실 2, 3년 전만 해도 박 씨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외국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비싼 로열티를 내는 대신 제품 개발에 더 투자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처럼 초(超)글로벌 브랜드들이 승승장구하던 커피시장이 토종 브랜드 천국으로 변했다. 현재 매장이 많은 상위 5개 업체 중 4개가 토종 브랜드다. 1위인 카페베네는 전국에 600여 개가 있다. 2등도 국내 브랜드인 엔젤리너스다. 전국에 4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스타벅스가 3위. 그 뒤를 잇는 것도 토종 브랜드인 할리스와 탐앤탐스다.

외식업계의 최강자 치킨전문점은 이미 토종 브랜드들이 평정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BBQ와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은 가맹점이 1000개를 넘는다. 세계적인 치킨 브랜드인 KFC와 파파이스가 한때 20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리다 최근 100개 안팎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 프랜차이즈가 인지도가 높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창업 상담을 받는 사람 10명 중 9명은 토종 프랜차이즈를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피자시장에서도 토종 브랜드인 미스터피자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미스터피자의 매장은 400여 개다. 도미노피자가 350개, 피자헛이 310개의 매장으로 뒤를 잇고 있다. 2007년만 해도 피자헛이 매장 330개를 거느려 국내 1위였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토종인 롯데리아가 900개가 넘는 매장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88년 한국시장에 진출해 한때 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했던 맥도널드는 최근 25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연구소 소장은 “토종 프랜차이즈들은 명성보다는 기술력과 국내 시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비자와 창업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페베네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며 오곡라떼와 홍삼카페를 내놓았고 교촌치킨은 치킨에 간장소스를 입혔다. 이 밖에도 네네치킨과 또레오레는 100% 국내산 닭만 사용한다는 ‘신토불이’ 정신을 강조하면서 신뢰를 쌓고 있다.

국내 1위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급으로 성장하겠다고 공언한 토종 프랜차이즈도 잇따르고 있다. BBQ는 2003년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열고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지금은 중남미와 중동을 포함해 55개국에서 35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도 중국에 22개, 미국에 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토종 프랜차이즈들이 아직 세계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다국적 브랜드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제품경쟁력이 충분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조만간 맥도널드급의 프랜차이즈가 탄생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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