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지식 컨설턴트’ 국제기구 조달시장 공략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마을운동-경제-통신정책 컨설팅 수주전서 두각
단순 인프라 수출구조, 고급지식서비스 전환 관심

새마을운동 전문가, 과거 경제정책을 설계한 경제관료 등 ‘한국형 지식 컨설턴트’들이 국제기구의 조달시장을 공략한다. 도로나 댐 건설 등 단순한 인프라 중심의 한국 수출구조가 컨설팅 같은 고급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기업의 컨설팅 서비스가 국제기구 조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S전선은 2월 말 중남미개발은행(IDB)과 아이티 북부의 광대역 통신망 구축사업의 타당성 조사 컨설팅에 뛰어들었다. 50만 달러(약 5억4000만 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에서 LS전선은 아이티가 광대역 통신망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전략적인 활용 방법 등을 결정할 때 판단 자료가 되는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 회사는 컨설팅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 실제 광대역 통신망 사업을 벌일 때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조달시장은 세계은행(W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들이 개발도상국에 개발사업을 지원할 때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이다. 아프리카 지역에 길을 닦기 위해 도로 관련 자재를 사들이거나 통신망을 깔기 위해 통신장비를 수입하는 것이다. 지난해 WB, EBRD, ID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5개 국제금융기구에서 발주한 조달시장 규모는 217억74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중 우리나라가 수주한 규모는 전체의 3.8%에 불과한 8억3500만 달러였다.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워낙 없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꺼린 탓이다.

흔히 조달시장은 도로, 댐 등 대형 인프라 중심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드웨어가 들어서기 전에 이 시설의 효용성 등을 검증하는 컨설팅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컨설팅은 인프라가 들어서기 전에 판로를 뚫는 역할을 한다. 컨설팅으로 기업의 인지도와 실력을 인정받으면 인프라 공사권도 따내기 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지적공사가 지난해 수주한 자메이카의 토지등기 사업은 2007년 IDB 조달시장에 진출한 영향이 컸다. 당시 사업타당성 컨설팅 사업에 참여한 뒤 한국에서의 개발 경험에 대한 홍보를 하며 수주전을 펼친 덕분이다.

재정부는 컨설팅으로 개도국에 연착륙한 뒤 각종 공사사업을 발주하는, 일종의 ‘패키지 파일럿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새마을운동, 전산망 사업 등에서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를 조달시장에 내보낸 뒤 관련 인프라를 깔 수 있는 기업들을 패키지로 붙여주는 것이다. 27일에는 처음으로 국제금융기구와 조달 관련 기업체의 네트워킹을 위한 조달설명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교통, 수처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개발 분야에서 250개 기업이 참석했다. 이한희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다양한 개발 관련 단체가 국제기구를 직접 접촉해 조달시장의 고급 정보를 구축하는 것처럼 한국도 민관이 힘을 합쳐 정보력을 강화해야 조달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