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중소형 상가 - 사무용빌딩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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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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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호텔로 ‘페이스 오프’ 붐

롯데호텔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세운 비즈니스호텔 ‘롯데시티호텔 마포’(왼쪽)의 외관과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임피리얼팰리스의 비즈니스호텔 ‘IP부티크호텔’ 내부.
롯데호텔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세운 비즈니스호텔 ‘롯데시티호텔 마포’(왼쪽)의 외관과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임피리얼팰리스의 비즈니스호텔 ‘IP부티크호텔’ 내부.
《 최근 한국을 방문한 도쿠다 야스오(德田康男) 씨는 서울 동대문에 있는 비즈니스호텔 ‘토요코 인’에서 나흘을 보냈다. 도쿠다 씨는 “3박 숙박료가 20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한데도 깨끗하고 서울시내 곳곳을 오가기 좋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이용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시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이나 국내 일반인들이 중저가 호텔을 찾기가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빈 사무실이 늘어나 골치를 앓던 도심 사무용빌딩이 비즈니스호텔로 속속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호텔은 특1급(5성급), 특2급, 1급, 2급, 3급으로 나뉘는 관광호텔 가운데 특1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호텔과 비슷한 수준의 일반숙박시설을 의미한다. 중저가인 비즈니스호텔은 특급호텔에 비해 부대시설은 적지만 비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
우선 서울 명동 일대가 비즈니스호텔 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다음 달 외환은행 본점 옆에 위치한 와이즈빌딩이 사무용에서 20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변신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종호텔 옆 청방빌딩은 8월에, 명동 밀리오레 상가 일부 층(3∼17층)도 내년 초 780여 객실 규모의 호텔로 바뀌어 문을 연다. 이 밖에 M플라자와 삼윤빌딩, 청휘빌딩도 비즈니스호텔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이들 6개 비즈니스호텔의 객실만 약 1500실에 달한다.

상가와 사무용빌딩의 비즈니스호텔 변신은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다.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관광호텔 사업 추진 승인을 받고 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곳만 20여 곳이다. 호텔급 일반숙박시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기존 호텔업계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했다. 대표 주자는 롯데호텔. 롯데는 2009년 4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개장해 재미를 본 뒤 중저가 호텔 사업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롯데시티호텔 마포는 지난해 연매출 133억 원, 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롯데는 올해 말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롯데시티호텔 김포’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제주, 2015년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등지에 비즈니스호텔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비즈니스호텔을 연 임피리얼팰리스호텔 등 국내 유수의 특급호텔 업체들도 잇따라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나설 움직임이다.

비즈니스호텔 ‘붐’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 추세다. 2006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외국인 관광객이 2009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이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이들이 묵을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외국인 방문객은 962만 명으로 5만1000실가량의 객실이 필요한데, 서울시내 관광호텔 객실은 2만7000실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시내 관광호텔의 숙박점유율은 90% 이상으로 빈방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서울 도심 사무용빌딩에서 빈 사무실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비즈니스호텔 조성 붐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부동산 투자 컨설팅 회사인 CBRE코리아의 김재오 차장은 “서울 도심에서는 초대형 빌딩 공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형 빌딩들이 비즈니스호텔에서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광호텔 건설 활성화 대책도 비즈니스호텔 붐에 한몫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앞으로 2, 3년간 서울시내에서 연 2만7000∼3만2000실의 객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호텔 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종아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중저가 호텔의 공급 부족 상태가 심각하다”며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비즈니스호텔 사업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반면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경기를 많이 타고 투자비 회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호텔업의 특성을 모르고 무분별하게 달려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의 몇몇 사무용빌딩은 최근까지 비즈니스호텔로의 전환을 고려하다가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취소하기도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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