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자만하는 1등기업… 반드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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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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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노키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장악하던 1등 기업 노키아의 신용등급이 얼마 전 투기등급 바로 위인 ‘BBB―’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추락했고 삼성에 업계 선두 자리도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됐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수가 없을 것처럼 승승장구하던 그 회사가 맞나 싶다.

노키아는 특허만 1만1000개를 보유하고 연간 1000개씩 새로 특허를 등록하는 기술기업이다. 연구개발(R&D)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애플보다 몇 년 앞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 개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재빨리 상품화하지 않아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기술 변화의 흐름을 놓쳤다. 거대한 선박을 집어삼키는 시장 변화의 ‘퍼펙트스톰’ 앞에서는 항공모함과 같던 1등 기업도 무기력했다. 문제는 이런 퍼펙트스톰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미국 모토로라는 1990년대 초 미국 휴대전화 시장의 60%를 차지했던 난공불락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휴대전화 기술을 앞세운 노키아 등 후발주자에 밀려 1998년 초 점유율이 34%로 떨어졌다. 급기야 12만 명을 해고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모토로라 경영진은 디지털 기술을 외면하고 아날로그 제품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매달렸다. 세상은 청동기, 철기 시대로 접어들었는데도 석기를 날카롭게 다듬는 일에 몰두하다가 선두에서 밀려난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시드니 핑켈스타인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사업 실패를 겪은 많은 기업이 잘나가는 ‘1등 기업’이며, 1등이라는 자부심이 큰 회사였다. 이들 기업에는 학식이 높고 경험이 풍부한 뛰어난 CEO와 노련한 정예 임직원이 포진해 있었다. 그런데도 왜 무너졌을까.

성공한 경영자는 자신의 성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경쟁자와 시장 변화를 무시한다. 이런 태도는 조직 전반으로 퍼진다. 자만심은 새로운 학습을 방해하는 ‘부정적 전이’로 이어진다. 결국 ‘나홀로 웨이’를 고집하다가 시장에서 고립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안다”거나 “우리가 만들면 고객들이 따라온다”는 식의 자아도취에 빠진다. “세계 최고” “업계 최고”만 외치다가 조직 전체가 벼랑 끝을 향해 ‘좀비’처럼 몰려가게 된다는 게 핑켈스타인 교수의 지적이다.

몰라서 실패하는 일은 많지 않다. 많은 기업이 변화의 흐름을 읽고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무너진다. 전문가들이 지식을 쌓기 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에 빠지듯이 1등 기업은 선두에 등극하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잊고 성공한 현재의 모습만 기억할 때가 많다. 1등 기업의 저주다.

일본 반도체벤처협회장이자 자인일렉트로닉 사장인 이즈카 데쓰야 씨는 “삼성전자와 7년간 합작회사를 유지하며 삼성에 비즈니스 세계의 엄격함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의사결정은 대부분 상명하복식으로 실행됐기 때문에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빨랐다. (중략)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고 삼성 직원들 모두가 맹렬하게 일했다. 일본의 기술을 흡수하려는 욕심 또한 대단했다. 무엇이든 자세히 질문하며 대단한 열정을 보였는데, 가만 내버려두면 욕실이나 침실까지 따라올 것이라는 농담도 종종했다.” (이즈카 데쓰야 ‘시간을 팔지 마라’)

삼성이 노키아와 달리 스마트폰 혁명에서 밀려나지 않은 것은 과거 성공하기까지 보여준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의 교훈을 잘 간직한다면 조직의 화석화(化石化)를 막고 1등 기업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4호(2011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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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승자의 저주’ 피하려면…

▼ Special Report01


인수합병(M&A)을 통해 전보다 성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피인수 기업의 본질 가치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기업도 많다. 맥킨지 조사 결과, 세계 M&A의 60%가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가치평가에 관한 수많은 방법론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아직까지 벌어질까. 이는 기업들이 피인수 기업의 사업 및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베테랑 컨설턴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비교 대상 기업 선정이나 할인율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안들도 참고할 만하다.

‘뉴미디어 스나이퍼’ 조심하라

▼ Harvard Business Review


기업들은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특정 기업에 반감을 가진 소규모 세력의 공격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불만 고객일 수도 있고,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 직원일 수도 있다. 실제 개인이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하나로 대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이른바 ‘뉴미디어 스나이퍼’들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명성관리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기업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리는 저격수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소개했다. 뉴미디어 스나이퍼들의 실제 활동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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