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도입해도 투자자 1만명 그칠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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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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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가입금액 낮춰주오”

올해 첫선을 보이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할 여력이 있는 개인투자자는 최대 1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개인의 최소 투자금액은 5억 원이다. 이에 따라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헤지펀드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이준서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1년 상반기 자산운용연구회 심포지엄’에서 “고액 자산가는 주로 금융자산의 10분의 1을 한 가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데 헤지펀드에 5억 원을 넣으려면 금융자산 50억 원은 있어야 한다”며 “국내에 금융자산 50억 원을 가진 고액 자산가는 9500∼9600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이 교수는 국내 금융소득종합과세 과세자(5만599명)의 금융투자자산이 약 20억 원이며 자산소득 상위 1%(17만 명)의 평균 금융자산은 7억8000만 원이라는 통계를 바탕으로 이 같은 추론을 도출해냈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최소 투자금액을 5억 원으로 제한한 것은 헤지펀드의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펀드별로 운용실력 차가 크기 때문에 투자 방식을 이해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에게만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헤지펀드는 기관투자가와 고액 자산가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최소 투자금액을 10억 원으로 규제하려다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는 금융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도를 낮췄다.

그럼에도 5억 원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 원으로 정했지만 앞으로 가입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투자금액을 3억 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헤지펀드를 도입한 싱가포르와 홍콩의 최소 투자금액은 각각 8만 달러(약 8600만 원), 5만 달러(약 5400만 원)로 한국에 비해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의 투자 성향을 감안하면 실제 헤지펀드에 투자할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초기에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야 시장이 발전하는데 진입 장벽이 높아 초기에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을 높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입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한 뒤 시장이 안착하면 점진적으로 미국 같은 순자산 기준의 투자조건을 적용해 가입 기준을 완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소 투자금액 제한 때문에 시장 초기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 일부가 옮겨가고 국내 헤지펀드의 운용경력이 쌓인 뒤에 시중자금이 헤지펀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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