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 아직도 돈내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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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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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하면 천문학적 손실이 생겨 영업이 어렵습니다.” 4월 13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서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무료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자 통신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문자메시지 매출을 줄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통신사들이 문자메시지 무료서비스 경쟁에 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바일 앱 개발사들의 무료 문자메시지 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굳이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KT는 9일 ‘올레톡’이란 무료 문자메시지 앱을 선보였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제한 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KT 측은 “문자메시지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런 서비스를 통해 KT 서비스 사용자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T 제공
KT는 9일 ‘올레톡’이란 무료 문자메시지 앱을 선보였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제한 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KT 측은 “문자메시지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런 서비스를 통해 KT 서비스 사용자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T 제공
9일 KT는 ‘올레톡’이란 스마트폰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앱을 내려받은 사람끼리는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최근 사용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과 같은 기능을 한다. SK텔레콤도 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처럼 통화 중 문자를 보내거나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합커뮤니케이터’(명칭 미정)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값비싼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도 부담 없이 스마트폰 수준의 값싼 문자메시지와 사진 및 파일 전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 개발사의 무료 문자메시지 이용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5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을 통해 오가는 문자메시지는 하루 4억 건을 넘어섰다. 3월 말에는 하루 2억 건에 불과했다. 건당 20원인 문자메시지 요금을 넣어 계산하면 매일 80억 원어치의 문자메시지가 공짜로 오가는 셈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만든 ‘마이피플’이란 앱은 무료 문자메시지에 더해 아예 무료 인터넷 통화 기능까지 추가했다. 통신사로서는 수익 기반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상황이다. 마이피플 가입자는 이미 700만 명을 넘어섰다.

애플도 9월경 발표될 ‘iOS5’라는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OS)에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i)메시지’ 기능을 넣기로 했다. 이 경우 사용자가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받는 이의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라면 기계가 알아서 자동으로 무료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역시 통신사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통신사가 스스로 자신의 매출이 줄어드는 걸 감수하며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내놓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외부 기업의 서비스가 사용자의 문자 이용 습관을 장악하는 것보다는 통신사가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면 통신사들은 이런 앱을 통해 광고수입을 얻는다거나 가입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올레톡을 선보인 KT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가 KT의 서비스를 편하게 느끼고 즐겨 사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 수익모델은 사용자를 모은 뒤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같은 벤처기업의 접근 방식을 대형 통신사가 배워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통신사 서비스들이 과연 ‘완전 무료화’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KT가 만든 올레톡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 쓸 수 있는데 이들은 약 1000만 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약 5000만 명)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통합커뮤니케이터도 여전히 데이터 통화료와 문자메시지 1건당 요금을 전면 무료화하는 게 아닌 ‘얼마나 싸게 해 주느냐’의 논의에 머물러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는 일반적인 문자메시지를 어느 순간 과감히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야만 후발주자인 인터넷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인데 결국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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