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R&D 포럼’ 세계 석학들 고언 쏟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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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D 대기업에만 편중… 롤모델 ‘히든 챔피언’ 키워라

“한국은 연구개발(R&D)이 대기업에만 집중돼 있다.”(조지 화이트사이즈 하버드대 최고 명예교수)

“한국은 산학연(産學硏) 간에 연계가 부족하다.”(레이 보크만 텍사스주립대 교수)

“과학을 아는 사람들이 R&D 업무를 맡아야 한다.”(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의 ‘글로벌 R&D 포럼’에선 한국 정부와 기업에 대한 석학들의 고언(苦言)이 쏟아졌다. 지경부 전략기획단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들은 이공계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학자들이다.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의 R&D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첫 포문은 화학분야 석학인 조지 화이트사이즈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열었다. 그는 “한국 경제활동의 30%는 소비자 가전과 자동차 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신기술도 주로 대기업이 개발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서도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이 활발히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대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기보다 주로 다른 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의 관료주의 조직문화에서 나오기 힘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히든(Hidden) 챔피언’으로 한국에 ‘강소(强小)기업’ 열풍을 몰고 온 헤르만 지몬 독일 마인츠대 교수도 화이트사이즈 교수의 의견에 가세했다. 지몬 교수가 창안한 히든 챔피언은 기업 규모는 작지만 주력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3위권 이내인 기업을 말한다. 그는 “히든 챔피언의 R&D 활동 효과는 대기업보다 5배나 크면서 동시에 비용은 상당히 낮다”고 강조했다. 예산책임자 등 최고경영진의 개입이 대기업보다 신속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기업혁신을 이룰 수 있어서다. 그는 특히 “히든 챔피언이 R&D와 제조 기능을 신흥시장에 두면서 글로벌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 ‘롤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산학연’ 연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레이 보크만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많은 혁신 기술이 대학에서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산학 협력이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 기업이 혁신 기술을 개발하려면 대학과 좀 더 긴밀한 협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안으로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른 시간 안에 선진국 수준의 R&D 성과를 내려면 국가가 주도권을 쥐되 과학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의 첫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물리학자 김필립 컬럼비아대 교수는 “돈이 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단, 과학자들이 과학정책의 결정과 자원배분 과정에 깊숙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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