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협약 한달… 협력업체 체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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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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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차 협력사 “현금성 결제 실감”… 2차 협력사 “아직도 어음 돌려”

《 “5월부터 삼성이 현금성 결제대금 지급횟수를 월 2회에서 3회로 늘렸습니다. 삼성의 사장들이 협력사를 직접 찾아와 애로사항을 묻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삼성 1차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의 이세용 대표)
“삼성은 1차 협력사를 여러모로 돕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1차 협력사 중엔 삼성으로부터 현금을 받아도 2차에는 4, 5개월짜리 어음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과정을 감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익명을 요구한 삼성의 한 2차 협력사 대표) 》

삼성그룹 9개 계열사가 지난달 ‘삼성그룹·협력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맺은 지 13일로 한 달이 됐다. 삼성이 지닌 기술특허 일부를 1, 2차 협력회사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동반성장 실적을 구매 임원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9개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S, 삼성테크윈이다. 동아일보가 12일 삼성의 일부 1, 2차 협력사에 질문한 결과 ‘삼성의 동반성장 협약식 이후 한 달의 변화’에 대해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가 느끼는 변화의 온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1차 협력사들이 “변화를 체감한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2차 협력사들은 “아직 모르겠다”는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삼성전자의 한 1차 협력사 임원은 12일 삼성전자로부터 e메일 공문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가진 ‘글로벌 베스트 컴퍼니’를 선정하고 지원해 글로벌 톱 협력사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임원은 “삼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9개 계열사는 이달부터 현금성 결제대금 지급을 월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임원의 고과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하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꿨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삼성 동반성장 협약의 주요 내용이었던 ‘협력사의 기술특허 무료 사용’에 대해선 9개 계열사 중 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3개 계열사만 협력사에 기술특허를 사용하게 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1차 협력사 대표는 “삼성의 특허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이 많아 중견기업이 시도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의 동반성장 협약이 지금보다 더욱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재 분기별로 이뤄지는 삼성과 협력사 간 거래협상을 외국 회사들처럼 연 1회로 줄여 2차 이하 협력사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2차 협력사 대표는 “국내 대기업은 협력사와 분기별로 거래협상을 하면서 그때마다 납품가를 후려친다”며 “납품가 인하의 타격이 2차, 3차, 4차 협력사로 차례로 내려오는데, 문제는 공급 체인의 밑바닥이 원자재를 수입하는 대기업이라 2차 이하 협력사들은 대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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