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고유가” 조선 불황 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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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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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개발 선박 수요 급증… 한국 업체 수주 싹쓸이
中제치고 세계1위 탈환

국내 조선업계가 2년여에 걸친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수주가 늘어나면서 중국을 제치고 신규 수주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7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과 국내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1분기(1∼3월)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증가한 329만8582CGT(표준화물선 환산톤)를 나타냈다. 반면 중국은 21.6% 감소한 195만1146CGT에 그쳤다.

이에 따라 1분기 수주 점유율 역시 한국이 52.46%, 중국이 31.03%로 분기별 신규 수주 세계 1위 자리에 다시 올랐다. 한국은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이 1위를 탈환한 것은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 등 심해 원유 개발 관련 선박의 수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월 대우조선해양은 머스크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000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지난달 삼성중공업은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각각 수주했다. 한국과 중국의 1분기 신규 수주 척수는 각각 90척과 88척으로 비슷했지만 CGT에서 큰 격차가 난 것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때문이다.

고유가로 심해 신규 원유 개발사업이 활발해진 것이 한국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드릴십, FPSO의 발주는 모두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전 등 해양플랜트 관련 선박의 기술력은 우리가 중국에 현저히 앞서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벌크선이 주력인 중국의 특성상 수주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십 등은 가격도 비싸고 이익이 많이 남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기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올해 2009년 이후 계속된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 선박 22척, 71억 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를 수주했다. 지난해 수주 실적(116억 달러)의 약 61%를 벌써 달성한 것이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23억4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 신규 수주 14억 달러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뒤 지난해에는 97억 달러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는 115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40억 달러, 2010년 112억 달러였던 대우조선해양 역시 1분기에만 34억 달러의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세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되면 신규 수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발주는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경기 회복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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