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일요일 오후 3시 ‘파격적인 발표’…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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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가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7일부터 3개월 간 L당 100원씩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가 "서민들의 연료 걱정을 덜어주겠다"며 겨울도 거의 지나간 2월 16일 난방유(등유) 가격을 10주 동안 L당 50원 인하키로 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매일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을 넋 놓고 바라보던 소비자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SK에너지의 전격적인 기름값 인하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항상 SK에너지가 총대를 멜까

SK에너지는 2개월 전 등유 값을 내릴 때도 가장 먼저였다. 왜 가격인하 신호탄은 항상 SK가 쏘아 올릴까. 시장점유율 1위라서? 전문가들은 그런 해석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내수용 휘발유, 등유, 경유를 합친 시장점유율은 SK에너지가 35.9%, 2위인 GS칼텍스가 29.1%로 엄청난 차이는 아니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이 내수 중심이어서 다른 업체들보다 정부의 압력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름값은 물론 통신비까지 SK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력이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GS칼텍스는 외국 회사와 합작회사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SK에너지의 이번 결정에는 '노림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회사들의 '주유소 원적지(原籍地) 관리'를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 부과를 준비 중인데 SK에너지가 미리 선수(先手)를 쳐 정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막대한 과징금을 면해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가 기름값을 전격 인하해 정부의 체면도 세워주고 호의적인 여론을 이끌어내 공정위의 담합여부 판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원적지 관리는 정유사들이 자사 브랜드 주유소에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왜 3개월?, 왜 일요일 오후 3시에 발표?

그렇다면 왜 3개월만 인하하는 것일까. SK에너지는 이번 조치로 2000억~30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SK에너지가 지난해 3개월간 낸 평균 영업이익과 거의 일치한다. SK에너지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총 9835억 원이다. 3개월간 평균 약 2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L당 100원을 내릴 때 SK에너지의 석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0'이 되는 시점이 3개월"이라며 "'영업이익 제로'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개월'은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정부의 '석유가격 TF팀'이 해체 후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견해도 있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한 TF팀을 위해 SK가 시간을 벌어주려 했다는 것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은 SK에너지가 일요일 오후에 가격 인하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주장했다. 2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안한 결정인 만큼 다른 정유사들의 동참을 완전히 배제하고 단독으로 주목을 받으려 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SK의 발표 직후 지식경제부 장관의 칭찬이 이어진 것을 보면 SK와 지경부 간 모종의 협의도 있었던 것 같다"며 "다른 정유사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기용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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