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스캘퍼 뒷거래說 업계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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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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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도마오른 ELW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증권사와 초단기 투자자인 스캘퍼(Scalper)의 불공정 거래 의혹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려온 ELW시장의 문제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아니더라도 증권업계에서는 시장 규모에 걸맞지 않게 투기성 단기매매가 난무하는 국내 ELW 시장을 한번쯤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ELW는 소액으로 높은 레버리지(기초자산 대비 수익률)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일반 투자자의 접근이 용이하지만 가격결정 구조가 복잡해 개인투자자들이 스캘퍼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 ELW는 개미들의 무덤


파생금융상품인 ELW는 만기에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특정 주식이나 지수를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으로, 일반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된다. 증권사들은 ELW를 발행한 뒤 지속적으로 매도 매수 호가를 제시하며 거래에 참여하는 유동성공급자(LP)의 역할을 하며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 이 시장은 주당 1000원 안팎에 대형주와 관련된 종목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05년 도입했지만 지금은 합법적인 투기장으로 변질됐다.

국내 ELW시장의 99%는 개인투자자다. 최계명 금융감독원 파생상품분석팀장은 “세계 어느 시장을 봐도 파생상품에 이렇게 많은 개인이 몰리는 곳은 없다”고 말한다. ELW시장에 개미들이 몰리는 것은 단기간에 수백 %의 초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등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LW는 증권회사가 투자자의 수익과 직결되는 호가 간격, 유동성 공급물량을 조정하게 돼 있어 개인이 시장의 방향성, 변동성을 모두 고려해 수익을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 적정가에서 벗어난 이상가격이 나타나도 방어할 수단이 없다. 실제로 2009년 개인투자자들이 5186억 원의 손실을 보는 동안 증권사는 1789억 원을, 스캘퍼는 1043억 원을 벌어들였다.

○ ‘곪아오던 문제가 수면으로’


국내 ELW시장은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6000억여 원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다. ELW시장의 선두권이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3위로 내려앉은 독일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3000억 원에 불과하다. 거래되는 종목도 2006년 1387개에서 지난해 8146개로 6배 가까이 늘었다.

ELW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위험 회피(헤지)라는 파생상품 본연의 기능보다 단기매매로 고수익을 올리려는 투기성향 때문이다. ELW시장에 상장된 종목의 하루 회전율은 2008년 평균 5.68%에서 지난해 평균 12.93%, 이달 28일 15.38%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장 마감 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ELW는 시가총액의 3%에 불과하다.

이처럼 시장이 팽창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증권사와 스캘퍼들만 이익을 독점한다’는 비판과 함께 각종 의혹들도 제기돼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와 스캘퍼 사이에 뒷거래가 있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들었다”고 전했다. 스캘퍼들은 증권사들에는 매매수수료 수익을 비롯해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주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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