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내려야 물가 잡는다”… ‘정부 개입’ 커지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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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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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자 정부가 환율 안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잇따라 터지는 해외 악재들로 상승하는 원화 환율(원화가치 약세)을 방치하면 4%대로 치솟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등락을 거듭한 끝에 18일보다 1.7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24.9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리비아 사태가 전쟁 국면으로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외환시장 혼란으로 한때 달러당 1135.3원으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주요 7개국(G7)의 엔고 저지를 위한 공조 합의로 하락했지만 곧이어 터진 리비아 사태로 다시 113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본 원전 사태가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으로 최고 114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물가 안정을 위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앙등과 원화 가치 약세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4%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20원을 넘어서는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연초부터 계속된 물가 상승세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19원 수준이었던 1월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4.1%와 4.5%였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6일 신한은행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금리를 잘못 올리면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2003년 가계대출 파동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나라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 시장의 국산제품 가격이 올라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이 저환율(원화 강세)에 대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 개입으로 과도한 환율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평균 원-달러 환율이 929원이었던 2007년에도 한국의 무역흑자는 371억 달러에 달해 평균 환율이 달러당 1156.26원이었던 2010년 무역흑자(417억 달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G7이 일본 엔화의 과도한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한 만큼 한국 역시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가치의 과도한 약세를 막는 데 따르는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사회의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도 금리와 마찬가지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리비아 사태라는 변수가 다시 불거졌지만 엔화 가치 안정을 위한 G7의 공조가 시작된 만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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