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피플]서비스 이노베이션 총괄 KT 송정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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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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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사용자 마음 여성이 잘 알아 KT 조직변화 위해 악역 맡을것

엔지니어 출신인 송정희 KT 부사장은 “정보기술 업계에도 소비자의 감성을 헤아리는 여성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KT 제공
엔지니어 출신인 송정희 KT 부사장은 “정보기술 업계에도 소비자의 감성을 헤아리는 여성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KT 제공
“밖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거 많잖아요.”

‘왜 KT로 왔는지’ 묻자 송정희 부사장(53)은 거침없이 비판부터 했다. 그는 “조직에 동화되지 않고 ‘악역’을 해야 통신회사가 변한다”고 했다. 송 부사장은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에서 올해 1월 KT의 새 조직 ‘서비스 이노베이션(SI)’ 부문 총책임자로 옮겼다. 이석채 KT 회장이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고객만족 사업과 클라우드 등 신사업분야를 모두 책임지는 자리다.

통신사에 오기 전 무엇이 가장 큰 불만이었는지 물었다. 송 부사장은 “공대 박사도 알기 어려운 복잡한 요금체계와 대리점마다 다른 가격”이라며 “고객의 돈과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궐기한 날을 기념해 유엔이 지정했다. 그로부터 103년이 지난 지금,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대기업에도 여성 임원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대부분 마케팅 출신이다. 송 부사장처럼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기업 부사장에 오른 사례는 드물다.

직원들은 송 부사장을 ‘화끈하다’고 말한다. 돌려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소심한데 살아남으려다 보니…”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77학번으로 입학했을 때 그는 과의 홍일점이었다. 공대 전체를 따져도 여학생은 건축과 한 명을 더해 단 두 명. 친구를 만나기도, 제대로 공부하기도 어려워 입학하자마자 유학을 꿈꿨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공학박사를 마치고 1989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박사에 과장급인데도 여직원은 무조건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말에 놀랐다. 미국 출장이 너무 많아 “차라리 주재원으로 보내 달라”고 하니 “여자라서 안 된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그는 “1992년에 삼성전자로 옮기고 나서는 ‘유니폼 안 입겠다’고 선언하고 그냥 사복 차림으로 다녔다”며 “남들이 뭐라든 내 갈 길을 간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조직에서 이른바 따돌림도 당해보고, 울기도 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한 적도 있다”며 “하지만 나처럼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여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사회가 변하고 조직도 변하더라”라고 말했다.

미국의 애플사가 세계를 뒤흔든 것은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한번 써보면 도저히 안 쓰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 때문이다. 송 부사장은 요즘처럼 IT 분야에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여성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은 업무와 개인생활 사이의 감정을 완벽히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그는 “이젠 그게 오히려 장점”이라고 말했다. “생산자이면서도 일상의 소비자로서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사용자 경험을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요.”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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