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수익률 유혹… 알고보니 숫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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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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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저축銀 적금 들면 “연 9.5% 이자 준다” 세금-월별이율 적용땐 실제 4.36%에 불과
#사례 2

초과수익 과시 펀드 예상배당금 포함 계산, 지수에는 배당금 빠져 1~3%P 빼고봐야 정확

“우리 저축은행에 적금을 부으면 최대 연 9.5%까지 금리를 드립니다.” “이 펀드는 지수 대비 10% 초과 수익을 거뒀습니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내놓은 고금리 특판 상품들이 시판되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또 주가가 2,000 선 아래로 조정을 받으면서 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금융회사 직원들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익률 마케팅’을 펼치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수익률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실체적 진실은 아니라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은행에 1년간 적금해서 받는 실제 금리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펀드 상품의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은 배당금을 감안하면 약 1∼3%포인트를 빼고 봐야 한다.

○ 금리는 ‘기간수익률’ 감안하면 절반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송모 씨(75)는 최근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저축은행을 일부러 찾아갔다. 딸을 통해 인터넷으로 예약 신청을 해둔 터라 느긋하게 갔지만 대기자가 20여 명 밀려 있어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최대 연 9.5%를 준다는 적금에 가입했다. 송 씨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9.5%가 어디냐”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실제 받게 될 금리는 약 5%에 불과하다는 점을 송 씨는 모르고 있었다.

적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상품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0만 원씩 저축한다고 할 때 1월에 넣는 10만 원은 12개월 동안 투자하므로 이자는 9.5%에 해당하는 9500원이다. 하지만 2월에 넣는 10만 원은 11개월을 투자하기 때문에 금리는 8.71%이며 이자로 8710원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년간 불입한 적금액 120만 원에 대한 이자는 6만1760원에 그친다. 금리는 5.15%로 은행 측이 제시한 연 9.5%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투자한 기간별로 다른 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수익률’ 때문이다. 이자소득세와 주민세 15.4%를 빼면 실제로 적금 가입자가 손에 쥐는 이자는 5만2250원(연 4.36%)에 불과하다.

○ 펀드 수익률에는 배당금 숨어 있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펀드에 가입하려 하면 과거 수익률을 보여주면서 해당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과 비교한다. 하지만 이 비교도 정당하지 않다. 펀드 수익률에는 투자한 종목에서 나눠주는 배당금이 들어 있고 지수에는 배당금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매년 2, 3월에는 상장 기업 중 일부가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다. 펀드는 이 배당금을 연말에 미리 펀드 순자산에 포함시켜 기준가를 새로 뽑는다. 따라서 요즘 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6개월 수익률 등을 비교하려 한다면 펀드 순자산에서 이 배당금을 뺀 수익률을 지수와 비교해야 정확하다.

기업들의 배당금이 펀드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들에 따르면 성장형 주식형펀드에 편입되는 기업의 90∼95%는 배당을 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약 700개의 종목 가운데 약 400개 기업은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다. 배당한 기업들만 따로 뽑아 배당금이 연말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보니 2006년은 2.47%, 2007년은 2.52%, 2008년은 1.64%, 2009년은 3.19%였다. 올해는 최근까지 현금배당을 발표한 192개 기업을 기준으로 2.38%였다. 21일 기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서 뽑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3.94%로 코스피(13.38%)를 앞섰지만 배당금을 감안하면 사실은 2%포인트가량 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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