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 중소기업 3색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불만, 평가 받는 56개사 “여론재판” 부글부글
안도, 평가 대상서 빠진 대기업들 ‘표정 관리’

반색, 中企 “그동안 건의했던 내용 많이 반영”

모든 평가가 그렇지만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56개 대기업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정부가 작심하고 추진하는 정책이어서 대놓고 싫은 내색은 하지 못한다. 공식적인 반응은 “큰 원칙에 공감한다. 열심히 따르겠다. 노력하겠다”이다. 하지만 회사 이름을 숨기겠다고 하자 곧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마다 처한 경영여건이 모두 다른데도 점수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여론재판’을 통해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2차 협력회사와의 관계까지 점수화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며 “1차 협력사 나름의 운영 방안이 있는데 대기업이 끼어들어 통제하라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계 인사는 “업계마다 협력 관계 양상이 모두 다른데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걱정스럽다”며 “솔직히 많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큰 불만은 점수를 통한 기업의 서열화와 공개다. 전자·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의 한 임원은 “평가 결과가 순위로 발표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인도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도 특히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평가 결과 상위 기업은 순위가 아닌 등급으로 공개하고, 하위 기업은 개별적으로 통보해 미흡한 부분의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찜찜한’ 표정의 재계와 달리 중소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반성장 이행실적에 대한 실효성 있는 평가와 지속가능한 상생협력의 유인 수단이 마련됐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수요자(중소기업)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고,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차 협력사와의 관계까지도 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등 지수 산정에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주장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 일각에서는 평가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일괄적으로 항목을 정해 지수를 산정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는 납품단가 등의 문제와 여타 부수적인 문제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동반성장지수가 나온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납품단가 문제 등 중소기업이 뼈저리게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에 가중치를 주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수산정 기준까지 발표됐지만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중소기업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협력업체가 어떻게 평가했는지) 찾아낼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대기업들은 “큰 부담을 덜었다”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평가 대상이 아니라도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식 반응’을 잊지 않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