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은 다 뛰고, 제품값은 다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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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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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분-우유업계, 농산물값 고공행진에 비상
항공-해운-정유사는 기름값 아끼기 안간힘

‘재료값이 오르지 않는 게 없다. 그런데 제품 값은 올릴 수 있는 게 없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물가잡기라는 양대 악재(惡材) 사이에 낀 산업계의 고민이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편 원가 절감 묘수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가장 위기감을 많이 느끼는 곳은 식품업계다. ‘2008년 식량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1월 식품가격지수는 230.7로 사상 최고치인 2008년 6월 224.1을 경신했다. 반면 세계 곡물재고율은 기후여건 악화 여파로 공급이 줄면서 2009∼2010년 22.2%에서 2010∼2011년 1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밀(소맥)과 옥수수, 콩(대두) 등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제분업계는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값이 크게 오른 원맥이 이미 생산에 투입됐지만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설 연휴 이후를 인상 시기로 고려했었는데 정부의 물가 억제 의지가 워낙 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한파까지 덮친 우유업계는 서울우유가 제빵업체와 커피전문점 등에 공급하는 대용량 제품 가격을 올리려다 곧바로 취소한 것을 두고 정부의 압력행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제과, 커피 업체들은 우유 소비량이 급증하는 개학과 함께 우유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해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커피전문점은 이미 제품 가격을 인상한 곳도 있다.

기름값 오름세도 산업계 전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기름 먹는 하마’들을 둔 항공사와 해운회사는 운임 인상이 여의치 않자 마른 수건을 짜고 있다. 기내식과 수하물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름값이 조금이라도 싼 국가를 찾아 경유지를 바꾸기 시작했다. 정유업체들은 최근 궁여지책으로 난방유(등유) 가격을 인하하고 원유 구매처 다변화, 정제 수익률 강화, 화학제품 생산 확대 등 살길을 찾고 있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정유공장 가동에도 기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도 생산원가가 크게 뛰고 있는데 되레 기름값을 내리라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구하는 곳도 등장했다. 포스코는 500만 원의 상금을 걸고 에너지효율 향상을 비롯한 ‘원가 절감 아이디어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은 철강을 비롯한 건설자재 값이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중국과 터키에서 철근을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12월 t당 76만 원이던 철강 공급가를 최근 10만 원 정도 인상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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