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 싼 주유소로 항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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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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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먹는 하마’ 선박-항공사들 절약 비상

‘기름 먹는 하마’들이 허리띠를 졸라 맸다. 대형 선박과 항공기 얘기다. 최근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 정세 불안과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기름수요 확대가 맞물려 기름값이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 해운사, 항공사들이 기름 아끼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190척의 배를 운영하면서 총 310만 t의 기름을 사용했다. t당 가격이 평균 약 465달러였기 때문에 기름값으로만 14억4150만 달러(약 1조6212억5500만 원)를 사용한 셈이다. 유가가 조금만 올라도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주로 유럽을 왕복하는 배가 많은 한진해운은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선박이 머무는 10∼15개 기항지 가운데 반드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주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승용차들이 싼 주유소를 찾는 것처럼 대형 선박도 ‘싼 주유소’를 찾는 것이다. 현재 유럽 노선 주요 기항지의 t당 기름값은 △로테르담 543달러 △독일 함부르크 551달러 △스페인 알헤시라스 559달러 △싱가포르 591.5달러 △대한민국 부산 595.5달러 △중국 상하이 614달러 △홍콩 622.5달러 등이다. 로테르담에서 기름을 넣으면 홍콩에서 넣는 것보다 t당 79달러를 아낄 수 있다.

선박도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경제속도보다 빨리 운항할 때 기름을 더 먹는다. 한진해운은 이를 고려해 최대한 속도를 낮춰 운항하는 ‘에코 스티밍’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저속으로 운항할 경우 엔진에 무리가 오곤 했지만 최근 개발된 엔진은 저속으로 장시간 운항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

항공사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기름 아끼기에 나섰다. 국내 1위인 대항항공은 지난해 131대의 항공기를 운항하면서 총 13억 갤런의 기름을 사용했다. 3조3000억 원이 들었다.

대한항공에는 별도의 연료관리팀이 있다. 연료 절감에 관한 일만 하는 직원 10여 명은 지난 5년 동안 129건의 연료 절감 방안을 찾아내 6억7000만 L를 절약했다. 대한항공은 먼저 항공기 성능을 향상시켜 연료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B737-800 항공기 양쪽 날개 끝에 ‘윙렛(Winglet)’을 장착했다. 이렇게 하면 날개 끝에서 발생되는 공기의 와류현상에 따른 저항이 줄어 비행 성능이 향상되고, 연료소비효율도 3% 정도 높아진다.

엔진 물청소도 효과적이다. 엔진별로 특수하게 제작된 노즐을 이용해 엔진 내부에 고압의 물을 분사함으로써 비행 중 엔진으로 유입된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제거하면 엔진의 효율 및 출력을 증가시켜 연비를 최대 0.5% 향상시킬 수 있다.

항공기 무게를 줄이는 것은 필수다. 대한항공은 먼저 가장 무거운 물 탑재량을 조정했다. 과거에는 항공기별로 최대량을 실었지만 실제 사용량을 분석해 탑승객 수와 운항시간에 비례해 탄력적으로 탑재하도록 했다. 또 승무원들의 짐을 최소화하는 등 무게를 줄여 약 179만 달러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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