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수렁’에 빠진 한국인… 재산 6분의 1이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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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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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4년간 한국인의 실질 재산이 6분의 1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가치는 떨어진 반면 초저금리의 유혹에 빠져 빚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탈출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가계 살림은 쪼그라든 셈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계부채는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를 맞아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동아일보 경제부와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자산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 조사는 전국 1만 가구를 표본으로 2006년 5월과 2010년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것으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가구의 자산과 부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통계청의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평균 재산(순자산)은 2006년 5월 2억4164만 원에서 지난해 2월 2억3005만 원으로 1159만 원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1100만 원대이지만 같은 기간에 소비자물가가 12.1%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평균재산이 약 17% 줄어든 것이다. 한국인의 재산목록 1호인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구당 자산이 844만 원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반면 금융저축을 줄이면서 가계부채는 평균 315만 원 증가했다. 이 기간에 전세금이 14% 오른 것도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혔다. 40대 이상 중·고령 가구주와 소득 하위 40%의 저소득층일수록 부동산 가치 하락과 부채 증가라는 ‘빚의 함정’에 빠져드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돼 이들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야말로 올해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이자 금융당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2006년 말 582조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현재 770조260억 원(가계 신용 기준)으로 약 188조 원이나 급증했다. 개인이 세금과 이자 등을 납부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기준 143%로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 높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급증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금리상승 등 주변 여건이 악화될 경우 국민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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