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원자재 값 뛰니 “고물이 보물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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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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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돈 덩어리예요, 돈 덩어리. 철, 구리부터 알루미늄, 플라스틱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물건이거든.” 26일 경기 용인시 외곽의 한 고물상 앞. 고물상 주인 김명철 씨(가명)는 20년은 족히 됐을 법한 구형 에어컨을 쓰다듬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요즘 원자재 값이 오른다고 난리잖아요. 고철도 마찬가지거든. 폐구리 같은 건 작년 이맘때 kg당 6000원 좀 넘던 게 연말에 9000원대로 뛰더라고요. 요샌 1만 원쯤 해요.”

김 사장은 “이런 때 많이 모아야 하는데 고물이 많지 않아 애가 탄다”며 “겨울철인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고물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철, 고물이 쏟아져 나오는 대형 철거현장이나 공사장이 있으면 거리가 멀어도 마다 않고 다른 시도까지 달려가고 있다”며 “고물상끼리 경쟁이 굉장하다”고 말했다.

○ 원자재가 상승에 고물도 인기

최근 철, 구리 등 일반 금속을 비롯해 금, 은 등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각종 금속원자재 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고물 시장’이 함께 요동치고 있다. 현재 철광석, 구리, 금, 은 등 주요 금속의 전년 대비 국제거래가격은 적게는 20%대에서 많게는 70%대까지 급등한 상태. 특히 올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요 폭증과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물 속 금속들을 잘 골라내면 철은 물론이고 구리, 알루미늄, 텅스텐 등 각종 원자재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기판(PCB)에서는 금, 은도 뽑아낼 수 있다. 폐자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고철(48%)의 전년 대비 국제거래가격은 철광석(40%)보다 더 크게 오르는 추세”라며 “금, 은, 구리 등을 추출할 수 있는 폐 PCB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전했다.

통상 폐자원업계에서는 폐휴대전화 1t에서 금 150g과 은 3kg, 구리 100kg가량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 폐자원산업에 대기업도 합류

이처럼 폐자원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면서 중소 고물상뿐 아니라 대기업도 수천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통해 폐자원 활용에 나섰다. 이러한 ‘리사이클링’ 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S그룹 계열사인 LS니꼬동제련으로, 현재 4개의 산하 회사를 통해 폐금속 수거 및 추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지난해 온산제련소 1곳에서만 컴퓨터 기판 등을 분해해 금 2.8t, 은 15.5t을 얻었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2000억 원에 이르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100억 원을 투자해 올 상반기에 또 다른 폐금속활용 공장 ‘GRM’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측은 “GRM이 문을 열면 전기, 전자, 반도체, 자동차업계에서 발생하는 폐부품 등을 활용해 연간 7만3000t 정도의 구리, 금, 은 등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이처럼 ‘귀중한’ 국내 고물의 절반가량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산업계는 지적한다. 고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컴퓨터나 휴대전화 부품을 다시 녹여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부품으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값을 더 쳐 준다”며 “그래서 음성적인 방법으로 중국 고물상들에게 물건을 파는 국내 업자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국내 폐자원가공업계는 미국, 동남아 등으로부터 고철 등 폐자재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자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국내 폐자원의 40%가량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수출 관세까지 물려가며 자국 고물의 유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규정이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안광욱 인턴기자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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