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사상최고 수익… 안되는 벌크사업 다걸기 ‘파선’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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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은 회생신청 왜?

#장면 1. 국내 해운업계 2위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8조870억 원 매출에 60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2009년 5654억 원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서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아직 작년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매출 8조 원 이상, 영업이익 6000억 원대의 실적이 예상된다. 3위인 STX팬오션도 1200억 원 정도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면 2. 현대상선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뒤인 25일, 업계 4위인 대한해운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과 채권단에 회사를 맡아 살려달라고 요청한 것. 대한해운의 갑작스러운 추락은 업계에서는 충격이었다.

이처럼 유독 대한해운만 ‘죽을 쑨’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최근 수년간 줄곧 내리막을 걸은 벌크 운송사업과 용대선(傭貸船·선주에게 선박을 빌린 뒤 중소 해운업체에 재임대) 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한 점을 꼽는다. 한마디로 장기 해운시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데다 위험분산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해운업은 크게 컨테이너를 나르는 컨테이너 운송사업과 석탄, 철광석, 원유, 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 운송사업으로 구분된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와 벌크사업 비율은 6.5 대 3.5, 한진해운은 8 대 2, STX팬오션은 2 대 8 정도. 반면 대한해운은 대부분 벌크 위주여서 벌크 선박의 운임이 떨어지면 수익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벌크 선박의 운임을 보여주는 BDI지수는 2007년 12,000 수준에서 계속 떨어져 현재 10분의 1 수준인 1,200대로 추락했다.

대한해운은 투기적 성향이 강한 용대선 사업의 비중도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대선 사업에 치중한 대한해운은 경기가 좋을 때 비싼 값에 배를 장기로 빌려 이를 다시 임대해 줬지만,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중소 해운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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