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우물 안 뛰쳐나가려는 ‘토끼 中企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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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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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도 뭄바이로 출장을 다녀온 뒤 기자 칼럼인 ‘기자의 눈’에 “‘해외진출’ 굴러온 복 차버리는 우물 안 中企들”이라는 제목으로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사 사장이 전해준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인도의 한 유통 대기업 구매 담당자들이 한국 지방산업단지의 방충제 제조업체 A사를 찾아가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한국 업체가 e메일 답장을 게을리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본보 2010년 12월 30일자 A30면 참조
[기자의 눈/장강명]‘해외진출’ 굴러온 복 차버리는 우물안 中企들


A사가 e메일 답장을 잘 하지 않은 원인은 아마 ‘영어 공포증’ 때문이라는 게 여행사 사장의 얘기였다. ‘기자의 눈’에서는 글로벌 감각 부족으로 거래 기회를 망친 중견소재기업 B사의 얘기도 함께 소개했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고 난 뒤 e메일과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방충제와 소독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기사에 나온 인도 기업이 어딘지 알려주면 우리가 수출을 해 보겠다”는 중소기업인들도 있었고 “기사에 나온 한국 중소·중견기업 A사와 B사를 돕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분도 있었다. 어느 중소기업인은 “인도 사람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고 했고, 30여 년을 무역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면서 자신의 이력서를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동아일보 애독자라고 밝힌 독자는 “무료로 봉사하겠다. 완벽한 영어로 중소기업들의 수출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연락을 준 중소기업인들은 ‘기자의 눈’에 소개한 사례에 대해 “안타깝지만 그게 상당수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면서도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우리가 ‘우물 안 중소기업’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은 필자는 적극적인 중소기업인이 있다는 점에 연초부터 흐뭇했고, 여행사 사장도 “미디어의 힘이 대단하다”며 놀라워했다.

필자는 여행사 사장과 상의해서 ‘인도 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한 한국 기업들에는 회사 설명 자료를 받아 인도 회사로 전달해 주기로 했다. 다만 한국 기업 A사와 B사를 알려달라고 했던 사람에게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중히 거절하는 답장을 보냈다.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져 올해도 수출 기업들에는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수출 중소기업들이 패기와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는 한 해가 되길 빈다. 아울러 중소기업청이 5일 ‘궁금한 수출지원 꼼꼼한 가이드’ 책자를 내고 초보 수출기업들에 무료로 배포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회사는 참고했으면 한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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