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솟음치는 아시아]<1>중국 지리자동차 - 인도 타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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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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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재규어 집어삼키고 ‘세계시장 호령’ 야심

《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중국과 일본의 국력이 성장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유럽과 미국에서는 ‘황색 인종이 서양 문명에 위협을 줄 것’이라는 황화론(黃禍論)이 유행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21세기의 첫 10년간 아시아는 경제력으로 그런 전망을 실현하는 듯하다. 특히 지금부터 열리는 새로운 10년 동안 아시아의 변화는 더욱 역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는 ‘세계의 굴뚝’과 ‘세계의 시장’을 거쳐 이제 ‘세계 경제 사령부’로서의 역할에 욕심을 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이 서양의 명문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는 중국 인도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다. 중국의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세계 인재들이 몰리고 있고,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인도로는 돈이 몰린다. 그런 가운데 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갈등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중심으로 용솟음치는 아시아의 현장을 찾아갔다. 》
중국 저장 성 닝보 시 지리자동차 공장에서 완성 단계에 있는 이 회사 자동차 ‘엠그란드EC7’이 품질 검사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엠그란드는 지난해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의 독자 브랜드이며, EC7은 2009년 개발한 중형 세단이다. 지리차는 볼보의 원천 기술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되는 지리 브랜드 자동차에도 볼보의 기술이 적용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제공 지리자동차
중국 저장 성 닝보 시 지리자동차 공장에서 완성 단계에 있는 이 회사 자동차 ‘엠그란드EC7’이 품질 검사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엠그란드는 지난해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의 독자 브랜드이며, EC7은 2009년 개발한 중형 세단이다. 지리차는 볼보의 원천 기술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중국에서 생산되는 지리 브랜드 자동차에도 볼보의 기술이 적용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제공 지리자동차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장 효율적인 차를 만들자. 지리자동차가 전 세계로 나가게 하자.’

지난해 12월 15일 찾아간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시의 지리자동차 공장 벽에는 이런 문구가 중국어와 영어로 각각 써 있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보지 못한 영어 슬로건이 닝보공장 안팎 곳곳에 있었다. ‘세계’를 지향한다는 게 확 느껴졌다. 지리차의 자체 브랜드 ‘엠그란드’의 중형차 ‘EC7’을 생산하는 조립 라인은 활기가 넘쳤다.

지리차는 지난해 스웨덴의 볼보를 18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중국의 토종 자동차회사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리차가 안전 관련 기술을 포함해 볼보의 첨단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인수 조건에 제조공장뿐 아니라 상표권과 각종 디자인, 원천기술 등 지적재산권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닝보공장 공정의 자동화 정도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나 폴크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이었지만 공장 바닥과 설비는 두 공장 못지않게 깨끗했고 최종 품질검사도 꼼꼼하게 이뤄졌다. 고등학교나 졸업했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생산직 직원들 사이에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작업 동선을 깊이 연구하지 않은 탓인지 직원들이 불편한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 나사를 죄는 모습이 보였으나 표정은 모두 의욕적이었다.

안내를 맡은 지리차 허옌(賀艶) 대리는 “공장 직원 4000여 명의 평균 나이는 28세”라며 “닝보공장에서는 2분 48초마다 차 한 대씩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저우(杭州) 시 지리차 본사 직원들의 자신감도 대단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영자지 기자로 일하다 최근 직업을 바꿔 지리차에 입사했다는 우칭빈(武慶斌) 홍보담당 매니저는 “EC7은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12월에 나온 대형 세단 EC8은 지금 주문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타 본 EC8은 주행 성능이나 인테리어의 마무리 수준이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중국차’와는 확연히 달랐다. 2004년에 단종된 현대자동차 ‘뉴EF 쏘나타’ 수준은 넘어섰다.

양쉐량(楊學良) 지리차 디렉터는 “10년 뒤를 내다봤을 때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자동차회사는 우리”라고 단언했다. 중국 독자 브랜드 자동차회사 중에서도 제품 구성이 소형차에 치중해 시장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품질 문제를 겪고 있는 비야디(BYD)와 달리 자신들은 미리부터 대형차를 개발하고 품질관리도 철저히 해 고객과 딜러의 충성도가 높다는 설명이었다. 지리차는 자신들의 판매량이 올해 BYD를 앞지르고 중국 독자 브랜드 1위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양 디렉터는 “우리는 6, 7년 뒤 판매량이 100만 대가 될 것이며 해외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며 “한국의 현대차는 훌륭한 회사지만 언젠가 어떤 영역에서는 우리가 현대차를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22일 인도 뭄바이에서 동남쪽으로 120km 떨어진 타타자동차의 푸네공장은 두 달 전 출시된 신차 ‘아리아’의 생산이 한창이었다. 2008년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한 타타차가 독자 개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리아는 다른 차와는 조립 라인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바닥은 깨끗하게 페인트 도장이 돼 있었고, 생산 중인 차체에는 흠집이 나지 않도록 보호재를 덧댔다. 아리아를 직접 타 본 소감은 ‘감성 품질은 좀 더 개선해야 하지만 승차감이나 주행 성능에서는 한국 차보다 특별히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푸네공장의 아닐 트리베디 부장은 “아리아는 에어백이 6개 있고 후방카메라와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장치를 다양하게 갖췄다”며 “2011년에는 하루 120대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리차와 인도 타타차는 자신들보다 앞선 서양 기업을 사들인 아시아 자동차회사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닮았다. 지리차는 1997년, 타타차는 1998년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초기에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해외 기업들의 무시를 받았지만 본국 자동차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무섭게 발전했다. 지리차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토종 브랜드 2위이며, 타타차는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 3위다.

자본과 실력을 갖춘 이 두 회사는 야망도 비슷하게 크다. 타타차의 기리시 와그 승용차부문장은 “앞으로 제품군을 더 넓히고 승용차 부문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잠재력 있는 해외시장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타타차와 지리차 두 회사는 모두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장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알 고팔라크리시난 타타그룹 부회장은 “우리는 외국 회사를 인수할 때 15∼20년 뒤를 생각한다”며 “2004년 한국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할 때에는 인도에 제대로 된 고속도로도 없었다”고 말했다.

닝보(중국)·푸네(인도)=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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