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불법복제 무차별 단속 반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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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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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이행법안’ 딜레마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에 나서면 오히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저해될 수 있습니다.”

9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와 나모인터랙티브, 다우데이타, 하우리 등 국내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요 임원들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장관은 깜짝 놀랐다. 해마다 불법복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소프트웨어 업계가 오히려 자신들의 이해에 반대되는 듯한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 강화된 불법복제 단속이 오히려 업계에 손해

이달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타결되면서 양국은 각각 서로 다른 법체계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행법안’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업계는 묘한 딜레마에 빠졌다. 소프트웨어는 대표적인 지적재산이지만 지적재산권을 무조건적으로 강화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작권법상 ‘친고죄’의 폐지 여부다. 친고죄란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수사기관이 수사에 들어가는 범죄인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국내 저작권법에서는 불법복제를 친고죄로 다룬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쓸 경우 저작권자인 소프트웨어 업체가 직접 고소해야만 기소와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미 FTA를 앞두고 이 친고죄 체계가 ‘비(非)친고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불법복제로 몸살을 앓는 영화계나 음악계 등 다른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저작권자가 일일이 불법복제 신고를 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는 비친고죄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체는 주된 고객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다. 주된 고객을 범죄자로 만드느니 불법복제가 생기는 현장이 발견되면 이들을 직접 찾아가 고객으로 유도하는 편이 매출을 늘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고객을 범죄자로 만들면 안 돼”

소프트웨어 업계는 “영화나 음악과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다르고 산업의 성격이 다르다”며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영화나 음악처럼 완결된 생산물이 아니라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도구다. 따라서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불법복제물 사용자도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현재 불법복제율이 40%가 넘는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비친고죄로 단속하면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을 단숨에 범죄자로 만드는 셈”이라며 “이들을 고객으로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점점 낮아져서 지난해 말 기준 41%로 세계평균(43%) 이하가 됐는데 이는 친고죄를 통한 합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MS의 백수하 홍보담당 상무는 “그동안 불법복제물 사용기업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이들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고소를 취하하는 식의 합의를 유도했다”며 “비친고죄가 도입되면 소송기간만 수년이 걸리는 민사소송 외에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고 고민을 밝혔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오성택 팀장은 “그동안 매년 400억 원 이상의 소프트웨어가 친고죄 제도 아래에서 정품 구매로 이어졌다”며 “한미 FTA는 양자 협상인데 MS, 어도비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국 업체도 한국의 이런 법률문제를 잘 알고 있으니 예외조항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저작권법 세부안 개정을 기대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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