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제전망 얼마나 맞고 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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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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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 실업률 ‘적중’… 성장률 - 경상흑자 ‘오발’

‘물가와 실업률은 대체로 적중,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는 헛다리.’

정부와 주요 연구기관이 지난해 이맘때 내놓은 ‘2010년 경제 전망’을 실제 경제지표와 비교해 본 결과다. 변동폭이 적은 물가와 실업률은 비교적 정확하게 맞췄지만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는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4곳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3∼5.5%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최종 추정치는 6.1%로 모든 기관의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다. 기관별로는 KDI가 5.5%를 예상해 가장 근접했고 기획재정부가 5%,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는 각각 4.6%와 4.3%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빗나간 것은 설비투자가 당초 전망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들 4개 기관은 설비투자에서 8.2∼17.1%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4.3% 증가해 전망치보다 많게는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력품들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경상수지는 예상치였던 150억∼187억 달러(17조4000억∼21조6920억 원)를 훨씬 웃도는 2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 호조에서 시작된 선순환 구조 덕분에 경제성장률, 일자리,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크게 좋아졌다”며 “일자리 부문에선 정부의 한시적 고용 같은 조기 재정집행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2.7∼3.0%)과 비슷하게 2.9%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 전망은 과거부터 큰 오차 없이 맞아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을 통해 물가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이상 기후와 농산물 수급 조정 실패로 배추 무와 같은 신선식품의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내년 물가는 올해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3%대, 한국은행은 3.5%의 물가상승률을 점치고 있다.

실업률 역시 정부가 세금으로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자를 늘리면서 전망치와 실제의 최대 격차가 0.4%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디면서 보수적으로 전망한 유가 역시 예측치(배럴당 80∼83.9달러)와 실제(79달러)가 거의 맞아떨어졌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에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은 여건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 후반에서 4% 초반으로 낮췄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올해 신흥국이 금리 인상을 거의 안 하고 미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한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며 “하지만 내년에 상당수 국가가 출구전략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한국 경제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견은 다르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세계 경제는 4% 초반대 성장이 예상되는데 역대로 한국은 세계 성장률보다 1∼2%포인트 높은 성장을 보였다”며 “내년에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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