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美 합의내용 일방공개… 외교결례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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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8시 반경(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의 전격 타결을 선언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협상장을 빠져나가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달려갔다. 구체적 협상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에게는 “자세한 내용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최종확인 과정을 거쳐 공식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김 본부장은 “양측이 합의한 시간에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며 대략 월요일(6일)경”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본부장을 포함한 한국대표단이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2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1시경 백악관은 한미 FTA 결과와 관련한 긴급 콘퍼런스콜(전화회견)을 고지했으며 그 직후 행정부 고위 당국자 명의로 브리핑을 했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 시한을 일괄 5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 등 자동차 분야의 협상 결과를 밝혔고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엠바고(보도제한시점)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엠바고 해제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영성명을 내놓았고 USTR도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부문 주요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작심한 듯 전격적이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11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 FTA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 귀국한 뒤 미국 내에서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 약화를 자초했다”며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을 내준 뒤 가뜩이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FTA 타결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홍보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산업의 ‘아이콘’인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의 추가 양보를 얻어내고 업계의 이익을 지켰다는 부분을 부각해 자신의 ‘정치적 승리’를 선언했다는 인상도 풍기는 대목.

외교 소식통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양국이 공식서명한 뒤 자동차 조항을 문제 삼아 3년간 의회비준을 미루며 사실상 ‘재협상’을 고집한 미국이 국가 간에 약속한 발표시점을 어긴 것은 명백한 외교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 본부장은 5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굳이 이해를 하자면 미국 협상팀에 미국 업계나 이해관계자로부터 굉장히 강한 요청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저쪽(미국 측)에서 굉장히 불가피한 사정으로 미안하게 됐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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