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美, 무역적자 책임을 신흥국에 돌려 병난 사람이 남에게 약 먹으라는 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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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4개 부 대표단 회견

“자기한테 병이 생겼는데 남에게 약 먹게 하지 마라(不要自己生病, 讓別人吃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온 중국 정부 대표단은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의에 임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며 미국 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회견엔 마자오쉬 외교부 신문사 사장(司長)과 천쉬(陳旭·외교부), 정샤오쑹(鄭曉松·재정부), 위젠화(兪建華·상무부), 장타오(張濤·중국런민은행) 등 4개 부처의 국제사 사장이 참석했다.

위젠화 상무부 사장은 “위안화 환율 문제와 미중 간의 무역불균형 문제가 미중 무역 마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국과 미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건설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미국 무역적자의 책임을 우리에게 묻는 것은 병은 자기에게 생겼는데 남에게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순간 기자석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또 위 사장은 미국이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6000억 달러(약 66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추가로 공급하는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이는 중국을 포함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이 매우 크다”며 “(미국은) 자국 조치가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샤오쑹 재정부 사장은 “중국은 어떤 형식의 보호무역주의도 반대한다”며 “세계경제의 수요-공급의 불균형 책임을 신흥 개발도상국에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또 정 사장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지난해 세계 경제총량의 80%를 차지하는 선진국은 3.3%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20%에 불과한 개발도상국의 세계 경제성장 공헌 비율은 50%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한마음으로 협력해 곤경을 헤쳐 나가다)의 정신으로 국제금융기구의 개혁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균형적인 발전, 보호무역주의 반대 등을 목표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美-獨 “양국회담 세계경제에 좋은 신호” 러-英 “이란 - 北문제 해결 공동 노력”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개막한 11일 막후에서는 자국의 이익에 좀 더 부합하는 합의안을 끌어내기 위한 각국 정상 간의 양자회담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양자회담에서는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인 환율 문제와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고 해당 국가 간 및 국제적 주요 현안도 다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그동안 미국의 6000억 달러 상당의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비난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다.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이 미독 양국에 이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아프가니스탄 및 세계 경제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이) 세계 경제 성장에 매우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앞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오찬에서 “(미국이 제안한) 무역수지 적자와 흑자 폭을 제한하자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화되지도, 정치적으로 적절하지도 않다”며 기존의 견해를 재확인했다.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국제적 현안과 지역적 이슈에 관해서도 견해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도 만나 양국 관계를 강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양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이란 및 북한 문제와 20일 열리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같은 이슈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만남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어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만나 핵 협력협정 비준서를 교환했다.

캐머런 총리도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G20 정상들이 논의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세계 경제를 병들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 보편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인도 측은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영상=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서울 도착…G20 방한일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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