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더 열어라” 초강수에 韓 “더는 협상못해” 합의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FTA 실무 협상 종료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쟁점 논의가 급반전된 것은 협상 막바지 미국이 쇠고기 카드를 내밀면서부터다. 겉으로만 보면 통상장관 협상은 쇠고기 문제 때문에 공식적인 협상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자동차에서 양보를 더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쇠고기 카드를 들이민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막판 기 싸움 최고조

10일 오전 11시 추가 쟁점 논의 이후 세 번째 통상장관회담에 나선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사진기자들에게 “How are you(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넬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로비에서 대기하던 우리 협상팀 관계자들의 표정도 전날보다 훨씬 밝았다. 전날 자동차 분야에서 ‘큰 틀의 합의’를 본 덕분인지 한 외교부 관계자는 “오늘은 저녁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냐”며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 분위기는 미국 협상팀이 관세 문제 등 자동차 분야의 남은 쟁점을 관철시키기 위해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급반전됐다. 협상 테이블에 쇠고기 관련 자료를 잔뜩 올려놓으며 분위기를 조성한 미국에 대해 한국은 ‘차라리 FTA를 안 하겠다’며 맞섰다.

미국 협상팀은 더 나아가 미 상원에서 한미 FTA를 심의하는 재무위원회의 막스 보커스 위원장의 이름도 거론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미국 내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 주 출신으로 30개월 이상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확대를 주장하는 의원. 미국 측은 “미 의회의 특성상 주무 상임위원장인 보커스 위원장의 도움이나 양해가 없으면 의회에서 FTA 이행 관련 법률안을 처리하기 어렵다” “보커스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농수산물 개방 시점 유예 등 추가 협상 카드로 맞불 작전을 폈다. 미국 측이 한미 FTA의 주요 성과로 꼽고 있는 의약품과 지적재산권 분야도 거론했다.

결국 양측은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전날보다 두 시간가량 이른 오후 5시경 사흘째 이어진 통상장관회담을 끝냈다. 하지만 양측은 이날 밤에도 실무진 접촉을 계속하며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자동차 관세 분야가 마지막 쟁점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규정 적용 예외기준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현재 연간 6500대 미만 판매 자동차에 허용되는 미국 차의 안전 관련 자기인증 범위도 연간 판매대수 1만 대로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데 의견 접근을 봤다. 미국은 2007년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는,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 1만5000개 배정을 조속히 이행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 자동차 업체가 제3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 완성차 형태로 팔 때 한국 정부가 기업이 낸 부품 수입분에 대한 관세를 되돌려 주는 관세환급(duty drawback)제의 금지 내지 제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폐지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 등은 아직 우리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양국 정상의 결단 여부에 따라 한미 FTA 합의안이 11일 한미 정상회담 혹은 1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귀국일 전에라도 나올 수 있을지, 또다시 다음을 기약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회 비준 과정은 양국 모두에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