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 풀기’ PIIGS 재정악화 직격탄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달러약세 → 유로강세 → 수출감소 → 경기둔화 → 세수축소 우려

미국이 발표한 2차 양적완화 정책의 불똥이 유럽연합(EU)으로 튀고 있다.

‘달러 약세, 유로 강세’가 지속되면서 남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유럽권의 미국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최근 PIIGS 국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재정 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한 EU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이후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의 CDS 프리미엄은 각각 30.2%, 26.1%, 17.1%, 37.2%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그만큼 부도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달 1일 아일랜드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7.14%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고 5일에는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8일에도 PIIGS 국가의 CDS 스프레드가 동반 상승하자 이들 국가에 대한 부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PIIGS 국가의 경제가 최근 급격히 나빠진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달러 약세, 유로 강세’ 상황에서 미국이 3일(현지 시간) 6000억 달러어치의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로 강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6월 유로의 평균 가치는 1.22달러였지만 4일 1.4257달러까지 치솟은 뒤 1.4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 회복의 발판이 돼야 할 유럽의 수출이 오히려 꺾이고 있다.

박남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럽 위기 국가들은 재정지출 축소와 수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유로화 강세로 수출 확대→경상수지 흑자→부채감축의 선순환 구조가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유로화 강세는 위기국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라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3개국은 하반기 이후 재정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올해 주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앞으로도 계속 유럽 재정 우려에 따른 리스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8일 유럽 주요 국가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인의 주가가 1.31% 급락한 것을 비롯해 영국 FTSE100지수(―0.43%) 독일 DAX지수(―0.05%) 프랑수 CAC40지수(―0.08%)가 동반 하락했다. 유럽 국가 중 경기 회복세를 홀로 견인하던 독일도 제조업 수주가 9월을 기점으로 전월대비 하락하며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11일 서울 G20 정상회의에 모이는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5일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 “중국의 환율 정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비난했다. 9일 G20 재무차관들이 모여 정상들이 발표할 성명서(코뮈니케)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유럽 국가와 중국, 브라질 대표들은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럽 위기의 재부각이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를 둔화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유럽 재정위기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으로도 자본이탈이 번지고 위험자산을 한꺼번에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지금은 미국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이라 신용경색을 우려할 만한 자금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