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바텔스 IBM 사장 “전력망에 IT 입힌 스마트그리드 인터넷보다 더 큰 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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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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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장

미국 공학한림원(NAE)에 따르면 20세기 인류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공학기술은 ‘전기’다. 값싼 전기가 쉽게 공급되면서 세상을 바꾼 덕분이다. 인터넷은 13위에 그쳤다. 21세기에는 어떨까. IBM의 귀도 바텔스 에너지 및 유틸리티 부문 글로벌 사장(사진)은 기존의 전력망을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그리드’가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주에서 8∼14일 열리는 ‘한국 스마트그리드 주간’에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바텔스 사장을 7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바텔스 사장은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아일랜드 인도 등 스마트그리드의 ‘G7’이라고 할 수 있는 7개국이 만든 세계스마트그리드연합회(GSGF)와 미국스마트그리드협회(GWA) 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 인터넷보다 더 큰 산업될 것

그는 “스마트그리드는 공중에 떠 있는 보잉 747기를 재조립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덧입히는 것이어서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그리드가 인터넷 혁명과 같이 산업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바꾸며 여기에 더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이점까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인터넷보다도 더 큰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그리드는 집 안에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이 꺼지고 세탁기가 알아서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돌아가며 소비자들은 이 모든 것을 한눈에 체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준다. IBM은 통신회사도 아니고 전력회사도 아니지만 전체를 관장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기 때문에 컨소시엄 리더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 실증단지를 비롯해 IBM이 참여하는 전 세계의 크고 작은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는 150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지식경제부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초안 작업에 참여했고 제주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개발을 한전 및 한전KDN과 진행했다. 또 포스코ICT와 국내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제주 실증단지에 구축하고 있다.

그는 제주 실증단지에 관해 “세계에서 많은 실증단지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제주 실증단지는 가장 포괄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전기자동차와 스마트 가전까지 테스트할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는 것이다.

○ “한국, 잘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가 달성되면 한국은 에너지를 6% 절약할 수 있고 연간 1조8000억 원어치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7500만 t을 줄일 수 있다. 바텔스 사장은 “한국은 IT가 앞서 있고 전력산업도 발달돼 있으며 정부가 정책 조율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문제는 누가 빨리 스마트그리드의 패권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많은 나라가 ‘그린 레이스’(스마트그리드 등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달려들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바텔스 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세계 전력망에 투자된 금액이 22조 달러이며 이를 스마트그리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2030년까지 5조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전력 공급 과정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실시간 확인해 가장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소비할 수 있으며 공급이 불안정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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