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지속가능한 녹색기업 감별법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지난달 14일 ‘지속가능한 농업헌장(Sustainable Agriculture Commitment)’을 발표했다. 농산품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농가를 지원하는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농민 100만 명을 대상으로 작물 선택과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100만 명의 중소 농가가 생산한 농산품 1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 등의 신흥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에는 글로벌 식음료 회사인 펩시코(PepsiCo)가 뒤를 이었다. 이 회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공동 개발한 웹 기반 농장 물 관리 시스템인 ‘i-crop’을 자사와 거래하는 농가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i-crop은 계측기로 측정한 밭의 토질 데이터와 지역 기상대의 기상 정보를 종합해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을 자동 계산해주는 시스템이다. 펩시코는 ‘i-crop’ 서비스를 2011년 유럽으로 확대하고 중국, 인도, 멕시코, 호주로 대상 지역을 넓히기로 했다.

하필 왜 농촌일까. 이는 글로벌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최종 목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과 사회, 자연이 상생하는 비전과 전략을 체계화하고 기업의 가치를 창출한 가치사슬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촉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한 회사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1차 산업인 농업이 바뀌지 않고서는 식품 공급사슬 전반의 녹색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진정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종착역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겉으로만 지속가능경영, 녹색경영을 떠드는 기업은 공급체인이나 조직 내부의 혁신보다는 소비자 접점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만 열을 올린다. 사업 모델을 바꾸고, 가치사슬 전반의 비용과 자원을 줄이기 위한 투자는 뒷전이다.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갖가지 부담을 슬그머니 떠넘기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대형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야 한다. 마트들이 환경 보호를 이유로 비닐봉투를 나눠주지 않기 때문이다. 장바구니를 가져왔을 때 부여했던 할인 혜택도 대부분 사라졌다.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더 비싼 통행료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 소비자들은 착하다. 다른 나라에서 실패한 쓰레기 종량제가 한국에서는 무난히 뿌리를 내렸을 정도로 한국 소비자의 수준은 높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불편과 비용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형마트 진열대에 화려한 비닐 포장재의 상품이 넘쳐 나는데, 소비자만 장바구니를 쓰라는 현실은 찜찜하다.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려면 인센티브와 가격 정책을 통한 소비자 수요 관리와 기업이 책임지는 공급 부문의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재료 중 총량 기준으로 7%만이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전 세계 농산물의 30∼40%는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소실된다고 하니 말이다. ‘착한 소비자들’은 기업에 묻는다.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8호(2010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처칠은 포탄 떨어지는 곳에서도 대화를 했다
Creative Facilitation

내년도 전략을 수립하는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다음 에피소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윈스턴 처칠은 평소 “내가 바란 것은 적절한 토론을 한 뒤 사람들이 나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쟁에서 전략이 필요한 긴박한 순간조차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고 한다. 둘째, 영국의 철학자 로이 바스카는 전략적 사고는 보이는 것의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해서 그 의미를 읽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에피소드가 기업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전략을 수립할 때 소수의 임원이나 컨설턴트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데, 데스크에 앉아서 전략을 수립하면 현장과 동떨어진 아이디어가 나올 위험이 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짜려면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그 방법론을 소개한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제칠 수 있었던 건 ‘포용 리더십’
▼Lessons from the Past


펩시는 2006년 역대 5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인드라 누이를 선임했다. 그는 이민 2세 미국인도 아닌 인도인이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기도 했다. 펩시에서 인도인 여성이 CEO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펩시에는 유색인 여성 직원과 백인 상사가 서로 짝을 이뤄 코칭을 해주는 ‘파워 페어스(Power Pairs)’라는 제도가 있다. 백인 상사는 유색 여성 직원들에게 직장 내 성공법을 알려주고, 유색 여성 직원은 미국 내 유색 인종 사회의 특성이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관리자에게 코칭해 준다. 펩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다양한 사고가 가능한 조직문화 덕이었다. 다양성을 장려하는 포용 리더십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21세기는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포용 리더십의 시대’다. 포용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용자 경험 한 차원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
▼METATREND Report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에픽윈(EpicWin)은 언뜻 보기에는 매일 할 일을 적어 두는 메모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앱의 사용자는 메모장 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이머가 된다. 일상적으로 하는 설거지나 세차가 게임이라는 인터페이스를 거치면 뿌듯함이라는 가상의 보상을 주는 감정적 이벤트가 된다.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감정을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시각화한다. 이들은 연주자들에게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센서를 착용시킨 뒤, 이들의 심박수를 담은 데이터를 악보로 만든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악보를 그대로 음악으로 연주한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심박수 데이터가 다양한 시각 효과로 변환돼 나타난다. 정해진 악보에서는 찾기 힘든 연주자의 감정 변화가 센서와 그래픽을 통해 청중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다채롭고 복합적인 경험을 줘서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이는 ‘인터페이스 스퀘어드’를 소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