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대건설 인수전 당사자들이 새겨야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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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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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매각 입찰 마감을 13일 앞둔 2일자 본보를 비롯한 몇몇 일간지에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현건회)’가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의견광고를 실었습니다. 역시 2일자 몇몇 신문에 현대건설 노동조합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현대건설 가족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광고에서 현건회는 “과열 인수전을 부추기는 비방광고가 난무하는 감정적인 여론전을 자제해줄 것과 고(故) 정주영 회장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삼가 달라”며 최근 잇달아 광고를 내고 있는 현대그룹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반면 노조는 “채권단의 고가(高價) 최우선 매각 기준은 인수업체에도 자금부담을 갖게 하고 국가경제에도 누를 끼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조 역시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을 거론하며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의 무리한 인수를 반대한다’는 식의 뉘앙스를 비쳐 현대그룹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어느 기업이 인수하든 그동안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돼온 현대건설이 오너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며 “하지만 인수는 피할 수 없는 일인 만큼 현대건설을 좀 더 잘 이해해 주는 오너가 인수해 과도기를 최소화해 주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광고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8일에도 ‘현대건설 임직원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광고를 내고 입찰 마감일이 15일로 늦춰지자 그 날짜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수 선호기업을 조사해 그 결과를 광고로 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건설 M&A를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채권단 등 각 주체의 속사정은 모두 다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인수 희망기업과 전직 임직원, 현 노조가 광고를 통해 치열하게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M&A 과정을 더욱 꼬이게 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대통령이 직접 수주에 나서는 분야인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다수의 기술을 보유한 ‘국가대표급 건설사’입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단순하게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답이 안 나오는 M&A”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대의 차익을 노리는 채권단, 명분을 찾는 현대그룹, 신성장동력을 갖추겠다는 현대차와 한 계단 도약하길 바라는 현대건설 전현직 임직원과 노조. 이들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나성엽 경제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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