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대사 릴레이 인터뷰]에르도안 이쉬잔 주한 터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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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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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비회원국 지원-포용 기대”

G20과 G20 외 국가들의 소통을 강조하는 에르도안 이쉬잔 주한 터키대사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험을 모두 갖춘 한국의 경험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회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터키의 한국전 참전으로 형제애에 맞먹는 우정을 나눠온 터키와 한국의 교류협력이 이번 회의를 통해 더 굳어질 것 같아 반갑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G20과 G20 외 국가들의 소통을 강조하는 에르도안 이쉬잔 주한 터키대사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험을 모두 갖춘 한국의 경험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회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터키의 한국전 참전으로 형제애에 맞먹는 우정을 나눠온 터키와 한국의 교류협력이 이번 회의를 통해 더 굳어질 것 같아 반갑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G20 외부의 세계를 얼마나 지원하고 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주한 터키대사관. ‘G20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에르도안 이쉬잔 주한 터키대사는 G20 내부 결속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G20과 G20 외 국가들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는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험을 모두 갖춘 국가이기 때문에 G20 바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개최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 질서는 과도기에 있고 모든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이는 특정한 몇몇 나라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이번 회의에 지역을 대표하는 5개 비회원 국가를 초청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질서에서 ‘G20 시대’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기존 주요 8개국(G8) 질서는 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신흥 국가들을 포괄하지 못해 새로운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상들의 회의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즉 대표성, 효율성, 정치적인 타당성이다. G20은 세계무대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갖춘 신진 국가들을 포함시키면서 새로운 대표성과 효율성을 갖췄다. 또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의제는 환율이다. 환율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과 관련 있다. 이번 회의에서 G20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정치적 타당성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이슈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적으로는 여전히 상존해 있는 금융위기의 재발 우려에 대한 대응이지만 개발, 빈곤 퇴치, 식량, 기후변화, 에너지 등과 같은 의제들까지 다뤄야 미래의 또 다른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특히 G20 회의에 나선 지도자들이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들을 시행할 수 있는 필수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서울 회의는 토론토, 피츠버그 등 지난 회의 결정들의 시행 여부를 먼저 점검하고 폭넓어진 의제와 그것을 제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회의는 특히 터키와 한국 간 교류에도 의미가 깊다. 원전 건설 수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협상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의제는 아니지만 두 나라가 분명히 논의할 사안이다. 지금으로서는 협상 결과를 미리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성공적인 협상 타결을 바라는) 강력한 지지자라는 것이다. 원전 수주와 관련한 모든 문제가 잘 풀려 정부 간 협약(IGA)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러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원전 협상은 두 나라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나.

“중요한 질문이다. 터키는 한국전 참전 등으로 형제애에 다름없는 역사적인 우정을 나눠 왔다. 그 토대 위에서 정치적 소통과 경제협력을 이뤄 왔다. 특히 우리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계획을 갖고 있고 두 나라 방위산업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른 시일 내에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 특히 한국과 유럽연합의 FTA가 시행되는 시점까지는 한국과 터키의 FTA가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원전 개발 등 에너지 협력은 다른 분야의 협력을 추동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기존의 협력 관계를 두 배 이상 강화시킬 영향력이 기대된다.”

―최근 독일의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과 프랑스의 로마(집시) 추방을 보면 유럽이 지향해온 다문화주의가 불안해 보인다. 그런 변화가 G20과 같은 국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다문화주의는 세계의 공존에 필수적이다. 세계인들이 더 많은 번영과 평화와 안정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뿌리는 바로 관용과 다문화주의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불관용과 편협함을 마음에서든 사전에서든 책에서든 완전히 뿌리 뽑으라’고 했다. 관용과 다문화주의가 퇴조하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우리 모두의 평화와 안정과 번영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G20 회의 폐막 다음 날(다음 달 13일) 대사 부임 1주년을 맞는 그에게 “취임 1년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1년간의 한국 생활을 되새겨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에르도안 이쉬잔 주한 터키대사

△1954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1978년 터키 중동공과대 졸업(정치학·국제법 전공) △1978년 터키 외교부 근무 △1978∼2005년 카타르, 독일, 영국, 제네바 터키대표부 등 근무 △2005∼2009년 주우크라이나 터키대사 △2009년∼현재 주한 터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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