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vs 하나 설전… 민영화 기싸움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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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승유회장 합병후 용퇴할수도”
하나금융 “다른회사 CEO 거취언급 사과하라” 발끈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을 합병할 유력한 후보로 꼽혀 당분간 민영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양자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추진돼 제3의 법인이 탄생하면 그 중심은 우리은행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는 없고 어차피 합병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종전에 주장한 우리은행 중심의 민영화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수장에 대한 이 행장의 발언이었다. 이 행장은 은행 지배구조와 관련해 “하나금융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관련해 신상변동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 회장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을 성사시키고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하는 것을 하나의 카드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며 “(김 회장이)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며 공식적으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11일 오후 보도 자료를 통해 “하나금융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사자의 구체적인 해명과 책임 있는 사과를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료에서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국내 금융구조 개편과 미래가 걸린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시중은행장(우리은행장)의 일련의 발언은 금융산업 앞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분별한 언행”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 사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구체적인 합병방법과 지배구조를 제시하며 여론을 유도하거나 타 회사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용퇴를 운운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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