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홍수현 브레댄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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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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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연 담은 빵’ 맛보세요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80년대 한 초등학생의 집 안엔 줄곧 빵 냄새가 났다. 식사를 빵으로 할 때도 많았다. 제빵사들이 새로 개발한 빵을 들고 오기도 했다. 이 무렵 기계설비업체(우진아이엔에스)를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가 신라호텔 제과사업부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1980, 90년대 국내 고급 베이커리의 대명사로 통하던 신라명과 집안 이야기다.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66)의 세 자녀 중 맏딸인 홍수현 씨(39·사진)는 빵과 더불어 자라나 10여 년간 신문기자로 일했다.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는 아버지가 외환위기 후 지나친 긴축경영으로 신라명과의 정체를 초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감각으로 가업을 잇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아버지가 많이 걱정하셨죠.”

아버지를 설득한 딸은 2007년 신문사를 그만두고 신라명과 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인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를 찾아가 ‘한국의 자연을 담은 베이커리’란 구상을 설명했다. 새, 하트 등 따뜻한 느낌의 브랜드아이덴티티(BI) 아이콘들은 그렇게 나왔다. 빵과 커피란 뜻의 ‘브레댄코’는 200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첫 매장을 열고 지난해 5월 신라명과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이 됐다.

10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브레댄코 내방점에서 만난 홍수현 이사는 미숫가루 셰이크와 우엉이 들어간 빵을 내놓았다. 동양적 느낌의 원목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는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설화수(한방 화장품)와 국순당(막걸리)은 ‘우리 것’으로 시장을 잘 개척했는데, 유독 한국에서 빵은 유럽인 감성으로 경쟁해 왔죠. 우리 땅의 제철 재료로 보란 듯이 여러 빵을 개발할 겁니다.” 업계 1위인 SPC그룹의 ‘파리바게트’(2400여 개)의 5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49개 매장의 신생 회사지만 브레댄코의 도전은 화제를 낳고 있다. 복분자에이드, 우리 연근빵, 봄나물 포카치아, 조만간 선보일 우리 사과와 홍시빵….

아버지가 브레댄코의 회장이지만 사실상 최고경영자(CEO)인 홍 이사는 오전 5시부터 빵 굽는 현장을 돌고 소비자를 만난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생산에 접목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자’는 비전을 직원들과 나누려 합니다.”

브레댄코 내방점에서 그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적인 빵 앞엔 각 빵을 만든 파티시에의 얼굴이 캐리커처로 그려져 있었다. 한국의 제과명장 7명 중 한 명인 임헌양 상임고문(70)도 신제품 개발위원회를 이끌며 ‘명장의 숨은 레시피’라는 프리미엄 빵을 선보인다.

브레댄코는 내년 말 200호점 오픈이란 목표를 세웠다. 섭씨 100도의 끓는 물로 반죽해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하는 천연 효모 빵, 화학첨가제를 일절 넣지 않는 케이크 이야기를 듣고 “너무 우직한 것 아니냐”고 묻자 홍 이사는 말했다. “빵은 사람이 만드는 과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직하게 원칙을 지켜야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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