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상훈 금융지주 사장 고소’ 금융계 충격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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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님 대출’ 끝내 터진 6년 소문
신한금융그룹에서 라응찬 회장에 이어 2인자로 꼽히는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2일 핵심 계열사이자 자신이 행장을 지낸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고소를 당하자 신한금융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2001년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이후 안정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종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렸던 신한금융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의 혐의를 둘러싼 진실은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게 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1차적으로 신 사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되지만 내부 통제시스템 관리에 소홀했던 신한금융과 감독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우량은행’ 신한은행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하면서 문제를 삼은 대출 건은 그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3∼2009년에 경기 파주시에 있는 레저 관련 업체인 K사 및 관련업체 2곳에 950억 원을 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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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당시 여신담당자는 은행 내 기준과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으나 결국 대출은 성사됐다.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신 사장의 친인척이 K사 임원 또는 투자자라는 얘기가 나왔고 ‘행장님 대출’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신 사장이 6년간 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 내용은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신한금융지주 사장으로 옮기고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문제가 서서히 불거지기 시작했다. K사는 2008년에만 64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수년간 적자를 기록해 경영사정이 악화돼 현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대출 사후관리 불철저’ 등을 경영유의사항으로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K사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자 75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 행장은 올 7월 기업여신관리 라인을 대폭 물갈이한 뒤 ‘행장님 대출’ 건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측은 은행 내부의 소문에 이어 최근에는 외부에서도 대출 건이 공론화될 조짐이 보이자 1일 라 회장을 비롯한 신한금융지주 측에 이 내용을 보고하고 2일 전격적으로 신 사장을 고소했다.

○ CEO의 ‘금융사고’인가, 권력투쟁의 부산물인가

신한은행 측은 “조직이 스스로 내부 비리 척결과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자는 차원”이라고 고소 배경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금융사고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신 사장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불법 대출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고 올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도 내사한 결과 무혐의 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며 “위법 대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의 후계구도를 놓고 벌어진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이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1위(라응찬 회장)와 3위(이백순 행장)가 2위(신상훈 사장)를 협공하고 있다’는 소문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소문은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과도 연관이 있다. 정치권에서 ‘라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50억 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금감원이 라 회장을 상대로 차명계좌 조사에 착수하게 된 단초를 신 사장 측에서 제공해 라 회장의 분노를 샀다는 해석이다.

신한금융은 2005년에도 옛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방식을 둘러싸고 라 회장과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최영휘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경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영진 간 갈등설은 사실무근의 헛소문이며 신 사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고발된 상태여서 이사회를 열어 해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리딩뱅크의 꿈’ 타격 입을 듯

금융계는 이번 사건으로 신한금융그룹의 최대 강점인 안정된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내부 결속력도 타격을 받으면서 1982년 신한은행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분석한다. 신한금융은 총자산 기준으로는 아직 KB금융에 미치지 못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가총액과 당기순이익에서 KB금융을 압도하면서 리딩뱅크의 지위를 굳혀왔고, ‘금융계의 삼성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사건이 경영진 최고위층 사이의 권력투쟁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더라도 은행을 6년간 경영했던 지주회사의 사장을 사전 경고 없이 검찰에 전격 고소한 만큼 신한금융 내부에 미치는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라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신한금융의 버팀목이었던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삼각편대 지배구조가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한편 2일 증시에서는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전날보다 4.87%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조1000억 원 감소했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 균열 생긴 ‘28년 동지 ▼
이백순 행장은 라 비서 출신

이번 사건은 신한금융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라응찬 회장을 정점으로 신상훈 사장과 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체제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긴장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라 회장이 올해 2월 ‘그룹 회장 4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2인자인 신 사장과 보이지 않는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는 관측이 많았다.

라 회장과 신 사장은 1982년 신한은행이 설립될 당시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28년 동지’였다. 라 회장이 2001년 금융지주회사 출범 이후 1인자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안 신 사장은 2003∼2009년 신한은행장으로서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무리 없이 이뤄내 신임을 받았다. 라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 행장은 신 사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부행장으로서 정성을 다해 보필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포스트 라응찬은 신상훈, 차차기는 이백순’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회자됐다.

세 사람의 이력이 비슷해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라 회장은 선린상고, 신 사장은 군산상고, 이 행장은 덕수상고 등 명문 상고 출신인 데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라 회장 밑에서 각각 오사카지점장(신상훈), 도쿄지점장(이백순)을 지내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는 라 회장이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이 행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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