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파동 재연 조짐…인플레 현실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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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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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물가심리지수 25개월만에 최고치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의 물가상승 전망치는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일부 곡물에 머무는 듯했던 가격 상승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돼 관련 업계의 원자재 가격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 물가상승 전망치 높아져

한국은행이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119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 동향지수’에 따르면 ‘물가수준 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기준치 100)’는 146으로 2008년 7월 160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의미다. 전달인 7월에 비해 무려 5포인트나 올랐다.

물가수준 전망 CSI가 100이면 물가 상승을 전망한 소비자 수와 물가 하락을 전망한 소비자 수가 같고, 100보다 높으면 상승 전망을 한 사람이 하락 전망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6월 3.0%, 7월 3.1%, 8월 3.2%로 두 달 연속 올랐다. 한은의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치(3%)를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채소 등 농산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이 뚜렷해진 것이다.

한편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낸 CSI는 8월 110으로 7월(112)에 비해 2포인트 떨어졌다. CSI는 4월 110, 5월 111, 6월 112로 상승한 뒤 7월 같은 수준이었다가 4개월 만에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G2)의 경기 둔화 전망에 따라 이 국가들에 수출을 의존하는 한국의 경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생활형편 전망 CSI는 7월 105에서 8월 101로 4포인트 떨어졌다. ‘앞으로 생활형편이 어떨 것 같나’는 물음에 부정적으로 답한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 기업들 원자재 가격 압박 예고


설탕, 밀에 머무는 듯했던 곡물가격 상승도 옥수수, 콩, 커피 등으로 급속도로 번져 업계에 원자재 가격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2007∼2008년의 곡물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옥수수 선물옵션에 대한 투기성 순매수 포지션(매수 계약에서 매도 계약을 뺀 것)은 17일 37만1000계약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같은 날 대두(콩) 선물옵션에 대한 투기성 순매수 포지션도 13만9000계약으로 2008년 2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커피 원두와 원면 가격도 주요 생산국인 남미와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 등으로 급등세다. 곡물 분야에서 가격 상승세가 빠르게 옮아가는 건 한 곡물의 가격 상승이 대체재 곡물 가격 상승으로 전염되기 때문이다. 투기세력의 움직임도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상반기엔 작황이 좋을 것으로 보여 투기 자금이 매도 분위기였다가 가격이 오르니 갑자기 매수로 돌아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쌀 외에 대부분 곡물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원가 상승 부담이 클 것”이라며 “3∼6개월 내에 국내 기업 제품의 원가에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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