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현장에서/ 막연한 비관론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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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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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에게 “부동산으로 출입처를 옮겼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이제 집값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조금 더 나가서 “OO동 OO아파트는 좀 더 기다리면 다시 오를까?”라며 아예 맞춤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증권 담당 기자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OO 주식을 들고 있는데 지금 파는 게 좋을까?”

굳이 따지자면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부동산보다는 주식이 더 대답하기 수월한 편이다. 둘 다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주식은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많다.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가 있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이동평균선 분석 등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 주가는 결국 ‘기업실적의 함수’이기 때문에 잠시 적정가격을 벗어나더라도 이내 정상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또 해당 기업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보고 나름의 예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가치평가수단이 부족한 편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10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가 과연 적정가격인지’ 논리적으로 분석한 적이 없다. 그나마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평가하는 PIR 비율이 있긴 하지만 연구소나 기관마다 산정기준이 제각각이다. 또 미국 일본 등 외국사례를 갖고 와서 한국 집값이 어떻다 말할 순 있겠지만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극복하기 힘들다.

‘집값이 오를까, 내릴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다른 곳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 ‘집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집값은 떨어지게 돼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내릴 만큼 내렸다’는 것이 대세가 되면 그때가 반등 시점이 된다. 지금은 아직 ‘집값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요즘 거래가 부진한 것도 ‘아직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문조사를 통해 부동산 심리지수를 개발, 공표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은 부동산 시장의 이런 메커니즘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세금을 깎아주고 대출을 해준다 한들 “부동산 버블이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공포심이 있다면 그 누구도 집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비관론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 시장에 실로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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