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특강]노후대비 이것만은<1>아직도 자녀교육 다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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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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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5명 중 3명꼴
“자녀교육비 대느라 노후대비 못해”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지만 은퇴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에 안간힘을 쓰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챙길 겨를이 없었다. ‘제2의 인생’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에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는 선배들의 현주소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차질 없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3∼4월 베이비붐 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토대로 베이비붐 세대가 빠진 함정들을 피할 수 있는 대비책을 7회에 걸쳐 점검한다.》
■ 지금까지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자금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고 이중 막내의 69.6%는 학생 신분이었다. 또 자녀의 25.3%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5.1%만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베이비붐 세대 5명 중 3명이 약간 넘는 65.4%가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때문에 자신들의 은퇴 이후는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54세의 한 직장인은 “그동안 아이들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며 “앞으로도 계속 과외비와 학원비는 물론 내 집 마련 자금과 아이들 결혼비용까지 조달하려면 은퇴자금을 마련할 여유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교육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6%가 자녀 교육이 은퇴 준비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은퇴 준비가 자녀에 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5.4%에 그쳤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라도 아직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미 은퇴한 이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비은퇴자의 66%는 자녀에 대한 투자를 자신의 은퇴 준비보다 더 앞에 놓았다. 은퇴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비은퇴자는 34%에 불과했다. 반면 은퇴자는 자녀에 대한 투자와 자신의 은퇴 준비의 비중을 각 50%로 동등하게 생각했다. 막상 은퇴하고 나니 자녀를 전적으로 뒷바라지한 결과가 자신의 노후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다.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했지만 정작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베이비붐 세대의 의식변화도 큰 변수라고 할 만하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2009년 은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가 좀 더 일찍 은퇴준비를 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에서도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은퇴 이후 자녀에게 기대고 싶지는 않지만 재정적인 여력이 독립적인 노후생활을 뒷받침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비-생활비-비상금-노후자금
‘4개의 주머니’ 지금 당장 만드세요

■ 지금부터는…

자녀 교육과 은퇴 준비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노후자금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가계의 재무구조를 잘 분석해 크게 4개의 주머니를 마련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자녀 교육비 △일반 생활비 △비상금 △노후자금 항목을 만들어 소득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득 전체가 당장 급하다고 생각되는 자녀 교육비와 일반 생활비로 들어가고 만다. 4개의 주머니를 만들어도 넣어둘 돈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머니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목적의식이 생긴다는 점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둘째, 퇴직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잘 지켜야 한다. 요즘에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원래 퇴직금은 정년퇴직 이후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기업복지제도이다. 따라서 퇴직금은 정년 때까지는 직장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을 자주 옮기고 1990년대 후반에 퇴직금 중간정산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금이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눈에 들어오게 됐다.

퇴직금은 노후자금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돈이다.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혹을 뿌리치려면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하는 데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직이 잦은 직장인들은 퇴직금을 개인퇴직계좌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노후자금은 가급적 연금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노후용으로 목돈을 마련했지만 자녀나 친지, 친구들에게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연을 자주 듣게 된다. 연금에 가입하면 목돈을 탐내는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노후자금을 연금방식으로 전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 바로 주택이다. 주택을 상속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주택연금을 신청해 놓으면 사업자금을 대어 달라는 주변의 요청에 흔들리지 않게 되고 노후 생활자금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조혜진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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