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법대로 무급휴직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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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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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타임오프 교섭지침’ 회원사에 배포

노동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제(Time off·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 폐기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타임오프와 관련해 원칙적 대응을 주문하는 교섭지침을 회원사에 전달해 노사 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이 최근 회원사 400여 곳에 전달한 교섭지침에는 ‘타임오프 대상자를 제외한 노동조합 전임자를 인정할 경우 무급 휴직 처리할 것’을 주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 지금을 금지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원칙적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 경총, ‘편법적 담합’ 경계

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경총의 교섭지침에 따르면 회사는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요구를 거부하고, 노조의 요구에 따라 인정한 노조 전임자는 무급 휴직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 무급 노조 전임자도 회사 사규에 따라 출퇴근이나 외출 등에 있어 반드시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노조활동은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한 ‘근로시간 면제자’ 외에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는 것은 법규 위반”이라며 “노조 필요에 따라 전임자를 두더라도 노조 전임자의 지위는 휴직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특히 이번 지침에서 편법적인 담합을 경계했다.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면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가 처벌을 받게 되지만, 강성 노조가 유급 노조 전임자를 요구할 경우 이면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노무 전문가들의 우려다. 노조가 파업 등으로 실력행사를 하면 회사 측이 편법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편법 사례로는 △각종 위원회를 신설해 사실상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도록 허용하거나 △부서 배치 뒤 사실상 유급 노조 전임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고 △별도 수당 또는 임금 인상률에 노조 전임자 급여를 포함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실제로 현재 136명의 노조 전임자를 18명까지 줄여야 하는 기아자동차 노조는 노조 사무직원을 회사가 채용하고, 각종 위원회 신설 등으로 노조 전임자를 오히려 현재 136명보다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노동계는 ‘현장 무력화’ 시도


노동계는 이 같은 경총의 교섭 원칙에 ‘현장 무력화’를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교섭지침에서 ‘타임오프 대상자가 아닌 조합원과 노조 간부도 단체협약이나 다른 법률에 의한 위원회 활동으로 타임오프 시간제한과 관계없이 근무시간 중에 유급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 전임자와 조합원의 조합 활동을 현행과 동일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더 강경하다.

각 기업의 단체협약 협상이 이달 본격화됨에 따라 현장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기아차, GM대우자동차, 코오롱인더스트리, 현대오일뱅크,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단협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KT는 노조 전임자 급여를 노조가 부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외 사업장에서는 대부분 노조의 반발이 심하다.

특히 만도, 한진중공업 등이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9일과 11일 경고파업을 벌이고 점차 파업 수위를 높여 6월 넷째 주부터는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는 24일 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는 “금속노조의 파업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노조가 부당한 실력행사를 해도 기업은 법과 원칙대로 엄정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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