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 삼성 앞날 얼마나 밝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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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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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애플 아이폰의 국내 판매가 시작됐을 때 “초기에 일부 애플 마니아층 위주로 수요가 생긴 뒤 잠잠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이폰은 출시 6개월 만에 7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국내 휴대전화 1위인 삼성전자 측에선 아이폰이 자사의 스마트폰인 ‘옴니아’보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나오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아이폰을 선택한 것은 성능의 좋고 나쁨을 떠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품이라는 이유가 강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아이폰 돌풍에 삼성전자는 충격을 받았다. ‘삼성 위기론’까지 나왔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끝에 삼성전자는 불과 6개월 만에 아이폰에 대적할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8일은 그 스마트폰 ‘갤럭시S’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날이다. 과연 갤럭시S가 삼성 위기론까지 불식할 수 있을까. 의견이 엇갈린다.》
◆ 효자論

6개월만에 만든 아이폰 대항마
“현존 최고 안드로이드폰” 찬사
시장 성공땐 스마트폰 강자로



○ ‘안드로이드 진영 최고의 휴대전화’


갤럭시S는 애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삼성전자가 내놓는 전략 스마트폰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삼성전자의 최고급 하드웨어 노하우를 결합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안드로이드폰’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해외에선 일찌감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반응 속도와 터치감, 슈퍼 아몰레드(AMOLED) 화질 등에 극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반응에 한껏 고무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제조 22년 역사가 집약된 스마트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출시 제품에도 적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스와이프’(손가락을 자판 위로 미끄러지게 하면 단어가 입력되는 입력방식)나 ‘메뉴 편집’ 기능 등은 유저인터페이스(UI)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증거다.

갤럭시S는 보다폰, 오렌지, 싱텔, NTT 도코모,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등 세계 100여 개 통신사와 동시다발로 계약하고 100만 대 정도를 선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1위 통신사와 동시에 계약하고 이 같은 물량의 주문을 받은 것 자체가 삼성전자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 한계論

“세계 최고 제조능력 활용했지만
삼성위기론 잠재우기엔 역부족
창의-혁신적 아이디어 공들여야”



○ 기존 전략 그대로 답습


하지만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는 뛰어난 제품이지만 삼성 위기론을 잠재우기에는 모자란다”고 말했다. 애플처럼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도, 구글과 같은 플랫폼 장악력도 갖고 있지 않은 삼성전자가 만든 또 하나의 휴대전화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월 말 이건희 회장이 복귀 일성(一聲)으로 던졌던 위기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갤럭시S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잘해온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미 나온 앞선 제품을 연구해 재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그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결코 쉽지 않은 전략이다. 세계 어느 기업도 삼성전자만큼 이 같은 전략을 잘 실행하지 못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능력, 공급망,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가 이동통신사들에는 극찬을 받았지만 이런 칭찬이 소비자들에게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바삐 따라가다 보니 최근 휴대전화 사업부에서는 연구원들에게 빨리 제품을 내놓을 것을 강하게 독촉한다고 들었다”며 “애플과 같은 업체와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빨리빨리’ 식의 접근법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전자 휴대전화 산업의 승부는 갤럭시S 이후에 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갤럭시S가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일반 휴대전화 시장에서 가졌던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S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삼성전자는 기존의 전략을 송두리째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될 차세대 아이폰과의 경쟁이 주목되는 이유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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