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봉의 돈 되는 부동산]‘1기 신도시’ 리모델링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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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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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부천시 중동신도시는 1991년 9월 입주를 시작해 1996년 말 입주를 끝낸 1기 신도시다. 총 29만2000가구에 약 120만 명이 거주하는 1기 신도시는 완공 후 국내 주택보급률을 5% 이상 끌어 올리며 오랫동안 높은 주거 만족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입주 18년이 넘으면서 집값 하락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부닥치게 됐다.

집값 하락의 이유는 주택 과잉공급과 대출 규제, 세금 증가, 경기 침체, 트렌드 변화, 서울 도심 재개발로 인한 도심 유턴 현상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두드러지는 이유는 주거시설의 노후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거의 같은 시점에 공급된 아파트들이 다 같이 낡아가면서 도시 전체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아파트값 하락을 막기 위해 지금 1기 신도시에 필요한 것은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이란 아파트 거주민을 이주시키고 단지 전체를 대수선하는 것으로 재건축 못지않은 큰 작업이다. 얼마 전부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은 속속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며 가격 방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리모델링 진행률은 거의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리처분시 확정되는 가구별 분담금이 많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건축비는 3.3m²당 300만 원 정도로 가구별 예상 분담금이 만만치 않다. 가구별 분담금이 대체로 1억 원을 넘어서고 큰 아파트는 3억 원에 이르니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진행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일반분양 물량이 없으니 재건축보다 불리하고 완공 후 집 구조가 앞뒤로 늘어난다는 점도 약점이다. 하지만 기존 용적률 200%가 넘는 중층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은 유일한 선택이자 필수 요소다.

경기도 조례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건축된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 연한이 준공 후 31년 이상으로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당분간 재건축이 아예 불가능하다.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5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5년이 넘은 아파트는 약 300만 채에 이른다.

지지부진한 리모델링의 숙제를 풀고자 업계와 관련 기관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5월 16일 리모델링 때 총가구수를 10% 늘리고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아파트는 전용면적을 60%까지 늘릴 수 있도록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개정안이 6월 통과되면 이른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에 해당 동 가구수의 10%만큼을 꼭대기 층에 증축하는 것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생긴다.

리모델링 후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면 조합원 부담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장기적으로 1기 신도시 아파트의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직증축 허용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 아파트에 가깝게 주택 크기를 효율적으로 늘리고 입주자 동선이나 수요에 맞춘 주택 구조를 잘 설계할 수 있느냐가 다음의 숙제로 남는다. 또 현재 소형아파트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중대형아파트는 리모델링 투자를 가로막는 또 다른 변수다. 결국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하려면 중대형아파트가 잃어버린 인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 등을 어느 정도 풀어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원론적인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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