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녹생경영에서 미래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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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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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그린 에너지… 첨단 도시… 녹색기술 R&D…

주요기업 2010년 경영키워드는
‘신성장동력 확보’
글로벌금융위기-도요타 사태 보며
혁신 필요성 강조

“신(新)사업을 선점하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던진 화두는 삼성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일성(一聲)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이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것을 지켜본 재계 전체의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새로운 변환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선진 기업이 재시동을 걸고 있고, 금융위기 충격을 적게 받은 중국, 인도 등의 신흥국 기업이 부상하는 데 따른 변화다. 한국 경제 역시 앞으로 10년 뒤를 대비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2010년 기업 경영의 키워드는 ‘신 성장 동력의 확보’로 요약된다.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녹색 비즈니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10년 뒤 먹을거리인 미래 성장 동력으로 녹색 비즈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2차 전지 등 신 재생에너지, 그리고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특히 삼성과 LG그룹은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자동차용 전지 등 같은 사업 영역을 신수종으로 꼽고 있어 미래 사업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은 10년 후의 진로를 환경과 건강(헬스케어)에서 찾고 있다. 최근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등이다. 태양전지 사업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시험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LED 부문은 삼성LED가 조명과 자동차용 전장 부품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진행하는 자동차용 전지 사업에서는 수요처를 획기적으로 늘려 2020년까지 10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 회장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라”고 주문했다.

LG그룹도 10년 후를 내다보고 올해를 ‘그린(Green)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LG가 그린 경영을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LG는 그린 신사업 분야에서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달성하겠다는 ‘그린 2020’ 전략을 내놓았다. LG가 주력할 신사업 분야는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등으로 삼성과 비슷하다. LG전자가 태양전지 및 차세대 조명,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등의 신사업에, LG화학이 태양전지 및 LED 소재 사업과 전기자동차용 전지, 스마트 그리드용 전력저장 전지 개발 등의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SK그룹도 ‘그린 오션(Green Ocean)’을 개척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5년을 목표로 녹색기술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분야에서 7대 중점 추진 과제를 확정했다.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 등이다. 여기에 “에너지 절감 기술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도전하겠다”는 게 최태원 회장의 비전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2010년 GS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신 성장 동력의 발굴을 내거는 등 각 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신수종 선점 위한 과감한 투자 포문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선점 작업과 함께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포문을 열었다. 타깃은 신수종 사업에 집중돼 있다.

우선 삼성이 2020년까지 5개 신수종 사업에 총 23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LG도 그린 경영에 202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는 2018년까지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사업에 17조 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자동차도 ‘그린카 4개 강국’ 진입을 위해 그린카 개발에만 4조 원을 쏟기로 했다. 이 밖에 GS가 유전개발 등에 2조3000억 원, SK가 태양전지 개발에 1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망 사업에 선제적 투자를 함으로써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공격 경영이 시작됐다”며 “이는 현재에 만족하고 정체하면 무너진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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