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현장에서/펀드, 아직도 ‘묻지마 투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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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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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 모르던 펀드 환매 썰물이 일단 잦아들고 있습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부터 12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가 6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펀드의 봄이 왔다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실제로 13일에 다시 179억 원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변동성 장세가 계속되면서 지수가 떨어지면 펀드로 몰리고 지수가 오르면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1,700선을 넘으면 다시 환매 압력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묻지 마’ 투자 열풍과 손실의 한숨 소리, 원금 회복으로 부리나케 빠져나간 환매 물결 등 큰 파도가 지나간 지금이 출발선에서 펀드투자를 다시 생각할 적기인 것 같습니다. 우선 펀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관념과 현실의 괴리를 짚어봐야 합니다. 지난달 JP모간자산운용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한 ‘펀드이용실태조사’는 이 같은 괴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투자자의 60% 이상이 ‘장기투자는 5년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최근 1년 내에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평균 20개월 만에 손을 털고 나왔습니다. 장기투자를 못하는 이유로 ‘안정성보다 수익률을 선호하기 때문’(54.8%)이란 대답이 많았습니다.

그럼 수익률이 얼마나 나와야 만족할까요. 투자자들은 평균 연 26.4%라고 답했습니다. 20대는 기대수익률이 연 30.4%에 이르렀습니다. 시장에 대한 전망은 달랐습니다. 1년 뒤 코스피가 5% 남짓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장은 어찌됐든 내 펀드만은 대박을 쳐야 한다’는 심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펀드 선정에는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을까요. 여전히 ‘묻지 마’ 투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73%는 ‘판매사 직원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문의만 한 후 가입’한다고 답했습니다. 운용사의 브랜드만 보고 결정한다는 답도 많았습니다.

‘언제 투자를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13일 삼성증권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베스터 콘퍼런스 2010’에서 “역사적으로 하락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 안에 있는 것이 밖에 있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적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닌 ‘어떻게’입니다. 먼저 자신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에 대한 나름의 전망과 분석을 갖춰야 합니다. 금융투자협회(www.kofia.or.kr) 사이트의 펀드 관련 공시와 통계를 꼼꼼히 비교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수익률 조건만 보지 말고 투자전략, 환매 조건, 수수료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단기 수익률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도 필요합니다. 펀드의 봄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대박의 환상이라는 두꺼운 외투부터 벗어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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