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중국… 내년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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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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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모터쇼는 ‘중화굴기의 현장’참여업체-신차 발표 규모 등 100년 역사 서구모터쇼 압도中 독자 브랜드도 괄목할 성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긴장

‘중화굴기(中華0起·중국이 떨쳐 일어남).’


‘오토차이나 2010(베이징 모터쇼)’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를 떠나 24일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때까지 이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중국이 떨쳐 일어나는 모습을 이번처럼 실감나게 느낀 적은 없었다.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자동차산업에서 한국은 세계 5위의 생산국이다. 그러나 서울모터쇼와 부산모터쇼의 위상은 아직 그 수준에 못 미친다. 모터쇼라는 행사가 단순히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그 나라 자동차 시장의 수요와 문화적 역량까지 요구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모터쇼가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 4대 모터쇼 중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디트로이트, 프랑스 파리 모터쇼는 역사가 100년을 넘는다. 일본 도쿄 모터쇼는 50년이 넘었다.

베이징 모터쇼는 이제 겨우 11회째다. 그런데 참가업체나 발표하는 신차 수 등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가 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제 베이징 모터쇼가 세계 4대 모터쇼가 되는 것 같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며 긴장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들인 정성과 노력은 ‘중국에 대한 아첨’으로까지 느껴졌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국제전람센터 신관의 전시동 건물 9개 동 중 한 동을 통째로 빌려 자신들의 차량을 전시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당초 폴크스바겐그룹은 그룹 수뇌부 전원이 베이징에 오려 했다고 한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폴크스바겐그룹이 독일에서보다 중국에서 차를 더 많이 팔고 있으니 당연한 일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전략 차종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장소로 다른 나라가 아닌 중국을 선택하거나 중국 시장만을 겨냥한 모델을 앞 다퉈 선보인 것도 베이징 모터쇼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유명 메이커들이 내놓은 신차 중에는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뒷좌석을 넓히거나 전면부에 크롬 재질을 강화하는 등 실제론 중국 소비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모델도 있었다. 현대차도 ‘신형 베르나’를 한국에서 선보이기 전에 중국형 모델을 먼저 만들어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중국의 일부 브랜드는 수입차에 견줘도 손색없는 차량들을 전시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의 전시장에서 발견한 세련된 디자인의 모델은 (분명 중국차인데도) ‘중국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했다. 전시대에는 ‘상하이차(上海汽車)’라는 사명 대신 상하이차 브랜드인 ‘로웨(Roewe)’의 이름과 로고만 있었다. 준중형 세단 ‘로웨 350’은 서울 강남의 도로에서도 세련된 자태를 뽐낼 것 같았다. 금발의 여기자가 유창한 중국어로 취재를 하거나 푸른 눈의 자동차회사 임원이 중국 취재진의 질문에 더듬더듬 중국어로 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실소가 터져 나올 정도로 조악한 ‘짝퉁 차’들이 전시되고, 인터넷 사정과 영어 안내가 열악한 점 등 행사 운영에 미숙한 점도 있었다. 이런 점을 지적하려 하자 옆에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말을 가로막았다. “재작년 10회 행사에 비하면 서비스 수준이나 운영 능력 면에서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 속도로 가면 12회, 13회 베이징 모터쇼는 완전히 선진국 수준이 될 것입니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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