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파워’… 수도권 서남부 민간주택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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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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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에 수요 몰리면서 ‘민간 미분양’ 적체 더 심화
“보금자리 될때까지 자격 유지” 매매와 달리 전세는 강세 보여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입지와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수도권 민간 주택시장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실시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청약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입지와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수도권 민간 주택시장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실시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청약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보금자리주택의 정책 목표는 서민을 위한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주택공급이지만 민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보금자리 쇼크’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그만큼 보금자리 주택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주 3차 보금자리 주택지구 후보지가 발표됐을 때도 1, 2차 때와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주택시장이 또다시 충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무주택자들의 수요가 공공주택으로 몰리면서 가격으로 보나, 입지로 보나 경쟁력이 취약한 민간주택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3차 보금자리 지구 지정으로 연초부터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매매가 약세, 전세금 강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경기 및 인천 권역의 미분양 사태가 단기적으로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수도권 서남부 민간시장 충격 클 듯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5개 지구 중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경기 광명-시흥지구다. 이곳은 전체 면적이 1736만7000m²로 일산신도시보다도 크고 들어서는 보금자리 주택만 6만9000채다. 게다가 광명-시흥지구는 3차뿐 아니라 4, 5차에도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될 게 확실시된다. 정부가 “워낙 지구 면적이 크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나눠 개발한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근처에 있는 수도권 서남부 도시들의 민간 주택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와 인천 구월지구도 비슷한 권역에 있기 때문에 3개 지구를 합치면 파장이 더욱 커진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차 보금자리 지구 지정 때도 부천 범박동, 시흥 은행동, 남양주 도농동 등 지구 인근의 집값 하락폭이 수도권 평균보다 4∼8배까지 높았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광명-시흥 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송도 및 청라, 영종과 구도심 지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들 지역엔 올해도 분양 대기 물량이나 미분양이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2차 보금자리 때 공급될 부천 옥길, 시흥 은계지구도 이곳과 같은 ‘주거벨트’에 놓여 있다”며 “서남권은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이 겹치면서 자칫 같은 시기에 많은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물량 적체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은 경기나 인천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3차 지구에 강남권이 제외됐고 시범지구와 2차 때도 공급물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강남권은 수요층이 워낙 두꺼워 보금자리가 공급되더라도 기존 아파트의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보금자리가 ‘안전투자’ 심리 키워

전문가들은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최근 장기간 누적돼 온 매매 및 전세시장 간 온도차를 더욱 벌려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값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반면 전세가격은 1년 이상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전망에는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적인 요인도 가세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기존 주택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등 ‘안전투자’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가뜩이나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세계 주택가격 하락, 주택시장 버블논란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는데 보금자리주택이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면 보금자리주택 분양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은 수요가 나타나면서 전세가격은 오히려 다소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예정된 토지보상금이 30조 원에 이르는 등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여전히 금리수준도 낮은 것을 감안할 때 집값이 단기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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